[사설]기아, 조기매각이 옳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정부가 기아차와 아시아차를 한데 묶어 경쟁입찰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함에 따라 이전 정부가 추진했던 산업은행 출자후 공기업화하는 방안은 백지화됐다.정부의 일정은 오는 8~9월까지 매각을 완료한다는 것인데 기왕에 제3자에게 시장에서 공개입찰을 하려면 시기를 미룰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더 일찍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돌이켜보면 이같은 매각방식이 지난해 결정됐더라면 국제통화기금 (IMF) 지원금융까지 가지 않고도 사태를 수습할 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각종 음모론과 국민기업론의 틈바구니 속에서 시간만 낭비한 채 대내외에 부실기업 하나 제대로 처리할 능력이 없는 나라로 각인되고 말았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에 정부가 결정한 기아처리방식은 다른 비슷한 부실기업 처리의 시작인 동시에 하나의 이정표가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즉 기아차의 경영부실책임을 묻기 위해 자본금을 줄이는 감자 (減資) 를 단행하고 전체 지분 50% 이상의 신주 (新株) 를 발행해 공개입찰방식으로 일괄매각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아차의 소액주주는 피해가 불가피해졌는데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이 사유재산권은 보호하되 주식회사의 부실경영에 대한 주주의 책임을 묻는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처리방향이 옳다.이 때문에라도 평소 모든 주주는 경영진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효율적인 경영을 하도록 감시하는 것이 자기 재산을 지키는 것임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이제는 기아차 실사를 맡을 실무기획단 구성 등의 절차문제로 쓸데없이 시간을 끌지 말아야 할 것이다.

차제에 한보 등 다른 부실기업의 처리도 늦추지 말고 빨리 처리하도록 하고, 화의.협조융자 및 법정관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금융기관의 동반부실을 가져오고 국민경제 전체에 부담을 주는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

즉 정부가 민간기업의 경영에 간섭과 규제를 하는 것은 줄이되 부실경영을 한 기업도 신속하게 시장에서 퇴출되는 원칙이 자리잡아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