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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천 벼룩시장에 쏟아진 '명사애장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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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1일 개장되는 토요 알뜰시장에 쏟아진 기증품엔 각계 기증자들의 체취와 애착이 남아있어 알뜰 정신 확산의 정성이 엿보인다.

서영훈 (徐英勳) 우리민족 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가 기증한 작품은 화가 황문성씨의 그림 '난초' 와 난곡 선생의 '난이 그려진 부채' 등 2점. '난이 그려진 부채' 는 7년 전 난곡선생이 작고하기 직전 선물받아 소중하게 간직해 온 애장품이었다.

작가 정치인 김홍신 (金洪信) 한나라당 의원이 내놓은 것은 만년필. 83년 정주영 (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선물받은 이 은제 만년필은 그의 80년대 대표작인 소설 '인간시장' 집필 때 사용했던 것. 金의원은 "수십개의 만년필과 각종 필기구가 있지만 이 만년필만큼 애착이 가는 것도 드물다" 면서도 기꺼이 기증했다.

최재욱 (崔在旭) 환경부장관은 청동 조각품.도자기.접시 등 20점과 환경부 직원들이 정성들여 수집한 재활용품 4백15점을 기탁했다.

가수 겸 MC인 임백천씨는 앙드레김이 만든 남성 정장 한벌을 선뜻 내놓았다.

이 작품은 92년 자신을 일약 스타MC 자리에 올려놓은 'MBC 특종TV연예' 의 MC를 맡았을 때 앙드레김으로부터 선물받은 것. '신사MC' 로 통하는 임씨가 딱 두번밖에 입지 않았을 정도로 아끼던 옷이어서 전혀 흐트러짐 없이 잘 관리돼 있다.

영화감독 이장호 (李章鎬) 씨의 크로마하프도 그와 아내의 손때가 묻은 20여년 된 애장품. 70년대말 아내를 위해 구입했는데 지금은 똑같은 모델을 구할 수 없다고 한다.오래된 악기지만 李감독이 관리를 잘해 보관상태가 아주 좋다.

기념관에서나 볼 수 있는 물건도 있다.대한축구협회에서 내놓은 월드컵 축구공. 국가대표팀의 슈팅 자국이 선명한 이 공은 98프랑스 월드컵 최종예선전에서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때 서울 잠실운동장을 누비며 상대팀의 골네트를 흔들었던 것. 지난 1일 한.일전에서 일본을 꺾은 뒤 선수 일동이 그 기쁨을 담아 사인한 축구공 4개도 알뜰시장에 나온다.

황선홍.최용수.홍명보.서정원.하석주.이기형.유상철.김도훈 등 최강으로 평가받는 한국팀 베스트11의 사인이 담겨있다.이밖에도 최근 폭발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S.E.S.를 비롯, 탤런트 사미자.서인석.신윤정.안정훈.박채림.김홍석씨 등 연예인과 정.재계 인사들의 애장품도 상당수 나와 있다.

이들 물품은 대부분 일반인들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것들. 굳이 구입하지 않아도 직접 눈으로 보는 것 만으로도 알뜰시장을 찾는 발걸음에 즐거움을 더해줄 것이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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