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상희,95년 일본서 낸 재즈 음반 출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95년 6월1일 밤. 미국의 재즈피아니스트 달인 10명의 내한 합동무대 '1백개의 황금손가락' 전야 (前夜) 였다.막 서울에 내린 피아니스트 로저 켈로웨이는 호텔에서 쉬는 대신 동료 뮤지션 2명과 함께 동부이촌동의 서울스튜디오로 직행했다.

그들은 피곤을 무릅쓰고 한 여가수를 위해 열심히 세션연주를 했다.이 가수는 놀랍게도 '대머리총각' '울산큰애기' '빨간 선인장' 을 부르며 60, 70년대 전성기를 보낸 '대중가수' 김상희였다.

이 소식을 들은 재즈팬들은 처음에는 분개했다. "대중가요가수를 위해 공연 전날밤 힘을 뺐느냐. " 그러나 이 원성은 그녀의 노래가 데모테이프를 통해 괜찮다고 알려지면서 저절로 수그러들었다.

그리고 얼마 뒤 일본에서는 '김상희와 그래디 테이트.로저 켈로웨이 트리오' 란 음반이 출시됐다.이 문제의 음반이 3년만에 한국에도 시판된다.

김상희의 목소리를 주목해온 일본의 톱 재즈프로모터 다카오 이시즈카가 제작한 이 음반은 우선 켈로웨이와 드러머 그래디 테이트, 베이시스트 봅 크랜쇼의 뛰어난 세션 연주를 즐길 수 있다는 데서 재즈팬들의 관심을 끈다.음반에서 들리는 켈로웨이 트리오의 연주는 달인의 그것이지만 그들은 가수의 보컬을 우선하는 절제의 미덕을 지키고 있다.

김상희의 목소리도 재즈보컬 데뷔로는 성공적이란 평가를 얻었다.원숙한 나이가 노래에 배어들고, 반면 대중가수 특유의 장식음을 배제해 지적이면서 담백한 음색으로 재즈보컬 맛을 잘 살려냈다는 것이다.

그녀는 '마이 퍼니 발렌타인' '플라이 미 투 더 문' '헬로 영 러버스' 등 스탠다드 재즈넘버와 팝송 11곡을 부르고 있다.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