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보리는 어쩌라고…" 농민들, 전량 수매 요구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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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농민들의 보리 전량 수매를 요구하는 시위가 길어지고 있다.

나주지역 농민 200여명은 시청.농협 앞에 보리 6000여가마를, 해남.무안군 농민들은 각각 군청 앞에 보리 200여가마를 쌓아 놓은 채 지난 1일부터 13일째 시위 중이다.

지난 6일에는 전남지역 농민 100여명이 보리 200여가마를 트럭에 싣고 광주 전남도청으로 와 시위했다.

전북에서도 김제.정읍 농민들이 각각 1일부터 시청.농협 앞에 보리 4500여가마를 야적해 놓고 있다.

농민들은 "올해 보리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늘었음에도 수매 물량이 줄었고, 나머지 물량을 처분할 길이 없다"며 전량 수매를 요구하고 있다. 김현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총무부장은 "보리 풍년으로 값이 떨어져 생산비도 못 건지는 것은 물론 시중 판로 자체가 막혔다"며 "정부가 전량을 사들여 북한에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곡상 등의 보리 값은 지난달 초 20㎏당 3만5000여원이던 쌀보리가 3만원으로, 3만원이던 겉보리가 2만8000여원으로 떨어졌다.

농림부가 지난달 조사한 결과 올 보리 생산량은 총 24만9206t으로, 지난해 22만219t에 비해 13%늘었다. 종류별로 보리밥 용도의 쌀보리가 11만9546t으로, 전년 8만8362t보다 35%나 증가했다. 엿기름 등에 쓰이는 겉보리는 3만8197t으로, 지난해 3만4211t보다 10% 늘었다.

농민들이 전량 수매를 요구하고 있는 쌀보리의 경우 전남.북지역 생산량이 11만415t으로, 전국 생산량의 92%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 수매량은 쌀보리 7만7338t.겉보리 3만2592t으로, 쌀보리 4만2208t.겉보리 5605t은 농민들이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정부는 쌀.보리의 국내.외 가격 차를 줄여 향후 시장개방 폭 확대에 대비하기 위한 수매계획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정부가 정한 올해 수매가(40kg, 1등급 기준)는 쌀보리 3만4260원.겉보리 3만230원으로, 지난해 쌀보리 3만5690원.겉보리 3만1490원보다 각각 4% 낮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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