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말뿐인 여당 '혁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선하 정치부 기자

'통절','혁신','유구무언'….

재.보선 참패 후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쏟아낸 단어들이다. '유구무언'의 결과가 나왔으니 '통절'한 반성을 통해 당을 '혁신'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러나 그뿐이다. 민심이 등을 돌린 원인을 처절히 반성하고 있다는 느낌도, 그에 따른 구체적 조치도 찾아보기 힘들다. 재.보선 완패 후 지난 이틀간 여당이 한 일이라곤 "지도부 사퇴는 없다"는 선언과 "재.보선 평가단과 당 혁신위를 구성하겠다"는 형식적 조치가 전부다. 선거운동 기간 발 빠르게 전국을 누비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더욱 납득하기 힘든 것은 선거 패배에 연대 책임이 있는 현 지도부가 재.보선 평가를 맡겠다고 발표했다는 점이다. 당 혁신위도 현 지도부가 전면에 포진했다.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염동연 상임중앙위원이 평가단장, 한명숙.유시민 상임중앙위원이 각각 혁신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에 지명됐다.

그러자 "평가받아야 할 사람이 평가단장이라니 말이 되느냐"는 비난이 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 올랐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 아니냐"는 격한 반응도 쏟아졌다. 임종인 의원은 "최소한 현 지도부가 아닌 사람이 주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문제가 되자 염동연 의원은 2일 "평가단장을 맡을 생각이 없었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선거 책임자가 평가를 맡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생각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이에 대해 "상임중앙위원회의를 다시 열어 평가단장 교체 문제 등을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어찌 됐건 열린우리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신중치 못했다는 말까지 듣게 됐다.

당 혁신위라는 기구는 한나라당에도 있다. 홍준표 의원이 위원장이다. 그는 대표적인 '반(反) 박근혜' 인사다.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박근혜 대표가 비주류인 그를 임명했다고 한다. 열린우리당이 정말 제대로 실패 원인을 평가하고 혁신하려면 '벤치 마킹'할 만한 부분이다.

김선하 정치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