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대중대통령 취임1개월 기자간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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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24일 낮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새 정부 출범 한달을 돌아보고 '북풍공작' 사건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피력했다.

金대통령은 "실업대책에 각별히 신경쓴다" 면서 "신문에 실업으로 인한 사건.사고기사가 나면 내 책임 같아 괴로워한 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고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 북풍사건의 성격을 어떻게 보며, 어떤 방향으로 언제 마무리 지을 것입니까.

"이 사건은 안기부가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북한과 남북관계를 이용, 야당후보를 낙선시키려고 했던 공작이었습니다.

마무리 방향은 분명히 말하건대 어떤 수사기관이든 이를 국내정치에 악용하거나 표적수사를 하는 일, 없던 것을 조작하거나 침소봉대.과장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오늘 신문에 '정치권 20~30명이 수사대상에 올랐다' 는 등의 보도가 났던데 나는 아무런 보고를 받은 바 없습니다.

당과 청와대 등 정치권은 일절 개입않고 수사기관이 공정하게 조사토록 엄중지시하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될 수 있으면 빨리 끝내겠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권영해 (權寧海) 전안기부장의 사법처리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본인 말대로 정치적 의도없이 한 행위인지, 아니면 북한과 연계해 어떤 일을 한 것인지 잘 모르므로 수사결과를 봐가며 결정할 것입니다."

- 국민회의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의 '수사상 중대진전' 발언과 관련, 당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명예총재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무 보고도 못받았습니다."

- 범법사실이 드러나 처벌하는 것과 정치보복 금지원칙의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처리문제는 조사 후 내용을 국민에게 밝힌 뒤 국민 여론을 참작해 결론내릴 것입니다.

어디까지가 정당한 처벌이고, 어느 것이 정치보복이냐는 것은 죄질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 이른바 수구세력의 조직적 저항이 있다고 봅니까.

"지금 일은 일부 세력이 한 짓이지, 수구세력이 조직적으로 저항한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수구세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경제계도 협력의 피치를 올리면서 개혁에 동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 안기부의 개혁방향은 무엇입니까.

"내가 권력을 국내정치에 악용해선 안된다고 말하는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안기부의 정치중립입니다."

- 정치.경제개혁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습니까.

"솔직히 정치쪽 개혁은 그리 크게 진전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내 힘에 한계가 있고, 정부의 관여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국회를 중심으로 여야가 개혁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경제분야는 노사정 (勞使政) 협조가 큰 뒷받침이 되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 (IMF) 의 비공식 평가를 보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0.9%이나 내년엔 4% 이상 될 것이며, 물가도 올해는 10% 조금 웃돌 것이나 내년엔 4%선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합니다.

올해 이를 악물면 내년 후반엔 안심하고 선진국 대열 합류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치안정과 협력이 필요합니다.

야당이 큰 결단을 내려 올 1년만이라도 제대로 도와줘야 합니다.

뭘 하고 싶어도 국회에서 법과 예산을 통과시켜 줘야 되지 않습니까. "

- 정계개편 생각은 없습니까.

"현재로선 그런 계획이 없습니다.

그런 무리한 일보다 야당의 지지를 받아가며 정치를 해나가는 게 좋습니다.

나는 6공 때 노태우 (盧泰愚) 대통령의 3당합당이나 지난 15대총선 후 여소야대를 무리하게 여대야소로 바꾼 것에 대해 비판해 왔습니다.

하지만 국사는 처리해나가야 하니 야당도 국민이 그런 생각을 갖지 않도록 처신해야 합니다."

- 장관 임기는 어느 정도가 적절하다고 봅니까. 부동산 투기의혹을 받은 주양자 (朱良子) 보건복지장관을 경질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자주 바꾸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朱장관의 경우 알아보니 조금 유감스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국회의원시절 국회에서 걸러진 문제고, 또 정상을 참작하면 꼭 나쁘게만 말할 것도 아닌 것 같아 그대로 일하게 했습니다."

이상일·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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