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2차 핵실험 위력 1차 때보다 5배 세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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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25일 감행한 2차 핵실험은 1차 때와 비교해 5배 이상 위력이 세졌다. 2006년 10월 첫 실험 때 지진 규모는 3.6(리히터지진계)이었다. 이번에 터뜨린 핵탄두의 지진 규모는 4.4다. 한국지질연구원에 따르면 지진 규모 4.4를 발생시키려면 4.5kt(1kt=TNT 1000t)의 폭발력이 있어야 한다. 한·미 정보당국의 추정에 따르면 북한의 1차 핵실험 때 폭발력은 0.8kt였다.

북한도 관영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폭발력과 조종 기술에 있어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안전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또 “시험 결과 핵무기의 위력을 더욱 높이고 핵 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원만하게 해결하게 되었다”고 밝혀 1차 때에 비해 진전이 있었음을 나타냈다.

1차 핵실험 당시 폭발력이 0.8kt이었던 것은 핵물질이 필요한 연쇄반응을 일으키지 못한 게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번 2차 실험의 지진 규모 4.4를 토대로 환산한 폭발력 4.5kt은 파키스탄이 1998년 두 번째 실시한 핵실험의 폭발력(4∼6kt)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최대 20kt으로 추정했다.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현지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핵폭발을 감시하는 우리 감시 시설의 자료에 따르면 이번 실험의 폭발력은 10~20kt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미 군당국이 발간한 ‘핵무기 대응 운용교본’은 1kt의 핵무기가 지상에서 폭발할 경우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사람은 절반 정도 즉사한다. 반경 1㎞에서는 핵 폭발 시 발생하는 열과 폭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 10%의 인원이 즉사한다. 도심에 떨어질 경우 1kt 정도의 핵폭탄 하나가 엄청난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이번 핵실험을 통해 핵 능력의 향상을 시도한 것으로 보여 관련 정보를 추적 중”이라면서 “핵탄두의 소형화·경량화에 박차를 가할 경우 더욱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미 지난 4월 5일 로켓 발사를 통해 장거리 미사일의 능력을 과시했다. 84년 스커드 B 미사일(사거리 340㎞)을 첫 개발한 이후 부단한 성능 개량을 통해 사거리 6700㎞로 추정되는 대포동 2호를 쏘아올린 것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이영종 기자

◆kt=핵무기의 위력을 나타내는 단위. 킬로톤(Kilo Ton)의 준말이다. 1kt은 에너지 총량 기준으로 TNT 1000t을 터뜨리는 폭발력과 맞먹는다. 핵무기는 폭발할 때 에너지가 폭발력과 열·방사능·전자기파 등 다양한 형태로 바뀐다. TNT는 폭발력과 열로만 바뀐다. 지하에서 핵실험을 할 때는 실제 에너지의 100분의1 지진파로 전달돼 같은 규모의 TNT 폭발 때보다 지진 규모가 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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