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투신 부실 빨리 손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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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투신사의 부실 규모가 또 하나의 금융시장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워낙 부실 규모가 커 정부도, 관련당사자도 처리할 엄두를 못내고 있으나 어떻게든 빨리 처리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투신사 부실은 정부의 시장개입, 잇따른 정책실수, 투신사의 잘못된 경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낸 작품이다.

투신사가 차지하는 금융시장에서의 위치 때문에 투신사 부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따라 충격이 작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막대한 고객자산의 반환이 걸려 있는데 당국은 원칙적으로 투신사가 관리하는 고객자산이 보증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객은 예탁한 것으로 간주하고 정부보증을 당연시하는 데서 시비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신사가 부실화한 계기는 89년 인위적인 증시부양책의 일환으로 시행한 '12.12' 대책 때문이다.

크게 늘어난 고유계정의 보유주식이 하락하면서 투신사는 고객계정에서 증권금융을 통해 차입을 하는 이른바 연계콜을 해 왔는데 감독당국은 알면서도 눈감아 왔다.

가장 결정적으로 투신사의 경영부실이 커진 것은 국제통화기금 (IMF) 과의 이행조건 합의 이후 고금리상품이 많이 쏟아지고 주식값이 폭락하자 고객은 이탈하고 보유자산가치는 급락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이 와중에도 재벌계열의 투신사는 관련 부실기업에 자금을 융통해 뒤늦게 정부가 투신사의 투자제한규정을 만드느라 법석을 떨기도 했다.

부실투신사는 이번에 한꺼번에 정리해야 한다.

지난번 문제된 신세기투신은 한국투신에 떠넘길 수 있었지만 이제 다른 기관에 부실을 넘길 수도 없다.

재정에서 지원하자는 방안도 일단 투신사 모두를 정리해 고객자산 반환과 자산정리업무를 가교투신사를 설립해 담당하도록 한 후에 정할 문제다.

그런 후 국내외 기업 모두에 새로운 투신사 설립을 개방해 다시 시작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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