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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행, 증빙서류 변조 한국은행서 700만불 불법 매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영국의 국제적인 금융그룹인 홍콩상하이 뱅킹코퍼레이션 (HSBC) 그룹의 홍콩은행 서울지점이 지난해말 거래기업의 실수요 증빙서류를 변조해 한국은행으로부터 7백만달러를 불법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한은에 대한 특감과정에서 홍콩은행이 지난해 12월10일 외화자금이 모자라자 국내 거래기업 명의의 실수요증빙을 변조해 한은의 외환 보유액에서 부족자금을 매입한 사실을 적발했다.

당시는 환율이 폭등해 기업들이 외환시장에서 정상적으로 달러화를 사들일 수 없었기 때문에 한은은 수출입 결제자금에 한해 은행을 통해 실수요증빙을 제출받아 달러를 매각해줬다.

홍콩은행은 이를 이용, 거래기업이 이미 제출한 실수요 증빙서류의 금액을 임의로 고쳐 은행의 부족자금을 기업 이름으로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홍콩은행측은 이에 대해 "당시 선물환 결제자금을 주기로 돼있던 대한종금이 업무정지를 당하는 바람에 달러화 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실무선에서 편법적으로 외화를 사들였다" 며 "그러나 은행의 조직적인 행위는 아니었다" 고 해명했다.

감사원은 홍콩은행 이외에도 실수요증빙을 위.변조해 달러화를 조달한 금융기관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당시 외화자금난이 심했던 은행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감사원은 또 홍콩은행이 서류를 변조해 한은으로부터 달러화를 사들인 것은 명백한 외국환 관리규정 위반이라고 보고 이에 대한 제재조치를 취할 것을 한은에 요구했다.

한편 한은은 홍콩은행의 실수요증빙 변조 사실을 최근 뒤늦게 파악했으면서도 외채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문제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HSBC그룹은 런던에 지주회사를 두고 있는 자산규모 세계 10위권의 대형 금융그룹이며, 홍콩에 본점을 둔 홍콩은행은 그룹내에서 가장 큰 금융기관이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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