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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와 언더록의 만남…열정과 실험 '우린 친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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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38면

록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전설의 록다큐멘터리 '우드스톡' 이나 올리버 스톤 감독의 '도어스' 등 외국 작품과 김홍준 감독의 '정글스토리' 등등. 대개 음악인들의 자유분방한 삶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거다.

그 탓일까. 최근 들어 록, 그것도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밴드들에 관한 영화가 속속 제작, 발표되고 있다.

게다가 이 영화들은 모두 저예산 독립영화다.

과연 독립영화가 언더록을 만나는 풍경은 어떤 것일까. 지난주 막을 내린 제2회 서울 국제독립영화제에 출품됐던 '팝 (POP)' .이 작품은 홍대앞을 중심으로 활동중인 록밴드 '델리 스파이스' 에 관한 5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다.

변영주 감독이 연출한 '낮은 목소리' 1.2편에서 조감독으로 활동한 장호준 (28) 감독이 만들었다.

첫 앨범 녹음에서부터 제작발표회까지 6개월간 델리 스파이스의 모습을 통해 녹음과정뿐 아니라 이들이 음악을 하는 이유, 구성원간의 갈등과 고민 등 자잘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 있자니 음악을 한다는 것이 뭐 대단한 것이라기 보다는 일상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는 그릇이란 느낌이 든다.

장감독의 이야기. "이들을 보고 동병상련 (同病相憐) 이랄까, 서로 상황과 목표가 비슷하다는 걸 느꼈어요. 순수한 열정으로 출발하는 비상업적 정신에서부터 열악한 환경까지요. " '팝' 이 '내 세계는 내가 만들어간다' 는 적극적 참여의식을 표현한다면 같은 영화제에 출품됐던 '전선은 있다' 의 경우는 주류문화에 대한 저항을 담아낸다.

이 62분짜리 다큐멘터리는 파업현장이나 노조행사등을 찾아 록음악을 들려주는 록밴드 '메이데이' 의 활동상을 담고 있다.

이 영화 전반에 걸쳐 되풀이되는 것은 '록은 과연 저항적일 수 있는가' 라는 질문. 서울대 국문학 석사출신인 남태제 (30) 감독의 말. "노동운동과 록이라는 음악은 다소 이질적이죠. 이 간격을 좁혀보려는 메이데이의 시도가 가치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영화의 결론은?

글쎄. 영화제작소 '청년' 의 김진상 (28) 감독의 '네오펑크' 는 앞의 경우와는 달리 극영화다.

그는 '스트라이커' 라는 작품으로 지난해 서울다큐멘터리 영상제에서 상을 타기도 했다.

10대 3명으로 이뤄진 밴드가 해산되는 날 벌어지는 일을 담은 20분 남짓한 작품. 생생함을 살리기 위해 '노브레인' 의 이성우, '토스트' 의 박선영, '싸이코어' 출신의 최승훈 등 모두 실제 밴드 멤버를 배우로 기용했다.

현재 후반 작업중. 김감독이 말하는 제작동기. "우리 청소년들에게 록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밝혀내고 싶었어요. 외국서 수입된 '저항성'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서요. " 그렇다고 그 이유를 속시원히 밝혀내지는 못했단다.

그저 문제를 던지는 정도의 의미로 봐달라는 주문이다.

이들 영화를 보자면 기존 록영화와는 달라 보인다.

'록커' 들의 화려한 세계도, 흥미로운 이야기도 찾을 수 없다.

대체 독립영화인들이 언더록에 카메라를 들이댄 이유는 뭘까. 장호준 감독의 말. "영화에서 밴드중 한명은 음악을 하는 이유에 대해 '돈을 벌자는 것도, 이름을 날리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즐거우니까 한다' 고 말해요. 그 아마추어 정신이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영화를 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고요. " 영화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남태제 감독의 경우도 비슷하다.

"메이데이의 활동은 문화적 실험이기도 합니다.

그런 과감한 정신을 보여주고 싶은 거죠. " 독립영화와 언더록의 만남은 그럴싸하게 보인다.

그건 서로의 처지가 비슷한데서 나오는 동류의식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자본의 논리에 찌들어있는 주류문화와 구분되는 '독립문화권' 을 만들어가려는 노력이기 때문 아닐까. 결국 그게 바로 우리 문화 전반을 살찌우는 길일 터이니.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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