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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협상 아닌 ‘제3의 협상’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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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뉴스 분석  교착상태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협정문을 수정하는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이 아닌 제3의 협상 가능성이 대두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그 같은 분위기가 읽힌다. 김 본부장의 메시지를 풀면 이렇다. ‘FTA 협정문은 건드릴 수 없다. 한·미 FTA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쪽에서 해법을 가져와라. 한국이 수용 가능해야 하고, FTA 협정문에서 맞춰놓은 이익의 균형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재협상은 일축하면서도, 미국 측이 해법을 제시하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지난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민주당·공화당 의원들을 두루 만나고 돌아왔다. 미국 측의 진의를 탐색한 뒤 내놓은 발언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추가협상 준비를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 USTR 간부들 역시 자동차와 쇠고기 부문의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재협상 없이 한·미 FTA를 처리하길 선호한다는 언급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드미트리어스 마란티스 USTR 부대표는 상원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론 커크 대표는 재협상을 하지 않고 (한·미 FTA의) 우려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협정문은 그대로 두고 다른 형태의 협의를 통해 해결점을 모색하는 것에 의견이 근접해 있는 셈이다.

큰 틀에서 미국 정부가 한·미 FTA의 중요성과 의의를 거듭 확인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 신호다. 때마침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한덕수 주미대사로부터 신임장을 제정받는 자리에서 “한·미 FTA는 양국 국민을 위한 번영을 강화·증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4월 런던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한·미 FTA를 진전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언급에 이은 또 한번의 FTA 지지 발언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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