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째 먹는’ 명품 참외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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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달 3일 성주군 월항농협은 ‘껍질째 먹는 참외’ 300㎏을 첫 출하했다. 이 참외는 일반 참외보다 3배 비싼 ㎏당 1만2000원에 서울 롯데마트에 납품됐다. 요즘도 이 참외는 전국 주요 백화점에 들어가고 있다.

성주군 대가면 대천리 성주과채류시험장 비닐하우스에서 신용습 박사(왼쪽 두 번째)가 농민들과 껍질째 먹는 참외를 수확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물에 씻어 그냥 먹어도 껍질 찌꺼기가 남지 않는 아삭아삭한 맛이 일품이다. 기존 참외는 껍질을 씹을 수는 있지만 찌꺼기는 뱉어내야 한다. 당도는 일반 참외보다 약간 높고 짙은 노란색이 구미를 당기게 한다.

이 참외를 개발한 경북도 농업기술원 산하 성주과채류시험장의 신용습(48) 박사는 “참외 명품화와 소비 촉진, 소득 증대를 위해 개발에 3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 일본 연수 때 한 일본인이 한 개 10만엔이 넘는 멜론을 선물용으로 사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언젠가는 멜론처럼 명품 참외를 개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신 박사는 “베타카로틴 등 항산화 물질과 영양소가 많은 참외 껍질과 씨가 있는 속을 버리고 과육만 먹는 점도 늘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3년 전 그는 관련 자료를 모아 본격 개발에 나서 숱한 실험을 거쳤다. 연구 끝에 경북에서 재배되는 50여 품종 중 껍질이 얇고 봉지를 씌워도 색깔·당도가 변하지 않는 ‘오복꿀참외’를 최종 선발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사과·배 봉지를 투명하게 하거나 특수물질을 코팅해 실험한 끝에 특수봉지도 개발했다. 이 봉지는 씌우기 쉽게 주둥이가 고무·스펀지로 돼 있다. 특허를 내고 있는 이 봉지는 한 개 100원으로 비싼 게 흠이다. 할 수 없이 스펀지·고무가 없는 실용 봉지를 개발했다. 이 봉지로 2008년 여섯 농가에서 실험했고 우려와 달리 참외의 색·당도, 씹는 맛이 뛰어난 참외를 생산할 수 있었다.

농민들은 반겼다. 작목회(회원 75명)를 구성해 올해 9만㎡(2만7200여 평)에서 재배를 시작한 것이다. 이 참외는 수정 5일 뒤 참외가 계란보다 약간 작을 때 봉지를 씌워 35일을 재배한 뒤 출하한다. 경북에서 올해 20만 개가 출하될 예정이다.

관리는 까다롭다. 월항농협에서 씻은 뒤 잔류 농약과 당도 검사를 거쳐 기준을 통과해야 출하할 수 있다. 기준에 미달하면 일반 참외로 전락한다. 당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생산은 6월까지로 제한된다.

가격은 농민들이 생산비를 고려해 직접 결정했다. 신 박사는 “농민들이 판매가를 결정해 납품하는 것도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봉지 씌우기 등 일손이 많이 간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는 기존 참외보다 작은 계란·야구공 크기의 껍질째 먹는 참외도 개발할 계획이다. 작으면서 껍질째 먹을 수 있다면 그만큼 소비가 많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그는 “껍질째 먹는 참외가 참외 소비 판도를 바꾸고 일본 등지에 수출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신 박사는 영남대를 거쳐 경북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학구파다. 국내에서 참외로 석·박사 학위를 동시에 받은 두 명 중 한 명이다.

황선윤 기자 ,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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