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힘쓰던 상도동 가신들 별로 갈데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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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가신 (家臣) 이란 말이 유행한 때가 있었다.

5년전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무렵이다.

이 말은 대통령의 총애와 힘을 상징했다.

가신은 비서출신이면서 한눈 팔지 않고 동고동락한 측근이어야 하는,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 붙었다.

그래서 전두환.노태우정부의 실세 (實勢) 보다 더 강력한 개념으로 통용됐다.

그러나 金대통령이 쓸쓸하게 물러나는 지금, 하늘을 찌를 것 같던 상도동 가신들도 이미 주군 (主君) 만큼이나 퇴락해 있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인사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영향력이 전과 같지 않음은 물론이다.

우선 최형우 (崔炯佑) 의원은 아직 거동이 불편하고, 이원종 전정무수석은 최근 부인과 지방을 다니며 들꽃사진을 찍는 취미에 몰입해 있다.

홍인길 (洪仁吉) 전의원은 형집행정지로 풀려나 입원중이다.

김봉조 (金奉祚) 마사회장.김동규 (金東圭) 주택공사사장.박정태 (朴正泰) 도로공사사장.김재석 (金在錫) 산업인력관리공단이사장.임정규 (林井圭) 수자원공사사장 등은 현직에 있고 일부는 임기도 남아 있으나 다들 새 정부 출범후 물러나야함을 알고 있다. 김태환 (金台煥) 전국민연금관리공단이사장도 집에서 쉬고 있다.

또한 김기수 청와대수행실장과 김상봉.표양호 비서관 등 3명은 전직대통령예우 규정이 3명의 비서관을 둘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상도동으로 金대통령을 따라가나 통일민주당총재비서실 출신의 다른 청와대비서관들은 마땅한 자리가 없는 상태다.

이처럼 쇠락했지만 상도동 특유의 끈끈한 인정과 의리는 金대통령의 퇴임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망하고 있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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