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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익는 마을]19.충북 단양군 소백산 신선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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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구름도 쉬어가고, 나그네도 쉬어가는 큰 고개. 유명한 큰 고개마다 이름난 주막이나 술도가가 있는 법. 죽령 (해발 7백12m) 은 영남.충청.강원지방을 연결해주는 유일한 육로다.

이 재는 삼국시대부터 고구려.신라가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던 교역의 중심지였다.

소백산 기슭에 위치한 충북단양군대강면장림리는 바로 죽령 어귀에 위치한 마을. 예부터 나그네들이 높고 험한 죽령을 넘기 전에 하룻밤 쉬면서 짚신을 고쳐신고, 말을 갈아타던 마방이 있던 곳이다.

객고를 달래주던 주막거리가 번창했음은 물론이다.

지금도 이 마을에 가면 '소백산 술도가' 라는 양조장이 있다.

약 7백년전부터 있던 술도가였으니 그 내력이 보통이 아닐진대 술맛 또한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특히 소백산 술도가의 술은 지난 94년 한국문화재단이 주최한 전통주류품평회에 충북지방 대표로 초대돼 우수 민속주류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술도가에서는 막걸리.동동주 외에 신선주라는 술을 빚고 있다.

소백산의 능금과 신선초.천궁.구기자.당귀.솔잎.대추.인삼등의 약초를 넣어 빚은 술로 맛은 부드럽고 향은 깊고 그윽한게 특징이다.

교편생활을 그만두고 30년째 술빚는 일을 하고 있는 소백산 술도가 조국환 (63) 사장은 "찹쌀을 띄워 만든 동동주에 약초를 넣어 2개월간 숙성시킨 술이 신선주" 라며 "특히 소백산 자생약초인 신선초가 들어 있어 남성들에게 유익한 술" 이라고 말한다.

소백산 술도가의 술맛은 다른 술에 비해 '똑' 쏘는 맛이 유달리 강한데 그 이유는 지형때문이다.

이 일대는 석회암층이 발달해 있어 물속에 탄산이 많이 함유돼 있다.

이 탄산성분이 짜르르하니 혀끝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조씨는 "옛날에는 술이 귀해 술맛에 입맛이 따라갔지만 이제는 입맛에 맞춰 술맛을 개발해야만 한다" 며 "양조장이 살아남으려면 옛것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술맛을 현대화해야 할 것" 이라고 말한다.

그는 양주에 밀려 문을 닫는 전통양조장이 갈수록 늘어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한다.

죽령고개 일대에는 이름만 들어도 눈에 선한 여행지들이 집중돼 있다.

단양쪽에는 단양팔경 (상선암.중선암.하선암.구담봉.옥순봉.운선구곡.도담삼봉.석문) 이 있고 죽령고개를 넘으면 소백산의 희방사.희방폭포.죽령폭포 등이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또한 내륙의 바다라고 일컬어지는 충주호는 사시사철 관광객과 낚시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나들이 길에 소백산 술도가에 들러 신선주를 마시고 신선이 돼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소백산 신선주는…]

알콜도수 14도로 대추.솔잎.약초가 들어 있어 맛은 약간 달짝지근하면서도약초향기가 그윽한 것이 특징. 뒷끝도 깨끗하다.

비타민 가 함유돼 있어 여성들의 피부미용에도 좋다.

3백㎖, 3백75㎖, 6백㎖짜리가 있는데 도자기로 포장된 7백50㎖ 선물용 신선주의 시중가격은 1만5천원선. 0444 - 22 - 0077~8.

단양 = 이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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