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화제 북한답사기]유홍준의 북한문화유산답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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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지금 시중엔 IMF 못지않게 뜨거운 화제거리가 있다.

바로 중앙일보에 연재중인 '유홍준의 북한문화유산답사기' 와 '최창조의 북녘산하 북녘풍수' 다.

연재가 나가는 날이면 우선 당장 가볼 수 없는 산하에 대한 진한 그리움으로 뭇사람의 가슴이 출렁인다.

남한 전역에 답사문화 바람을 일으키며 우리 땅과 문화재에 대한 새로운 개안 (開眼) 을 시도했던 두 학자가 무대를 북한으로 옮겨 분단사상 처음으로 현지취재해 펼치는 '답사기' 와 '풍수기' 는 우리 민족문화사에서 어떤 의미와 무게를 지니는 것일까. 연재 이후 필자의 감회와 독자 반응등을 통해 화제의 열기를 재본다.

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누구나 전화 한 통화로 서울에 있는 가족과 시간을 공유한다.

하지만 유홍준 (兪弘濬.영남대 박물관장) 교수가 지난해 9월23일에서 10월4일까지 12일동안 처음 방문한 북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리가 평양에 온지 겨우 사흘밖에 안됐나? 그런데 왜 한달은 된 것 같지?” 고립된 지역 북한에서의 체험을 兪교수는 이렇게 아주 사소한 대화 한 줄로 풀어낸다.

지난 11일 중앙일보에 게재된 '북한 문화유산 답사기' 7회째 '청천강' 편 서두에 등장하는 이 '전화' 에피소드로 인해 저 멀리 청천강의 무공해 아름다움을 독자들에게 더욱 실감나게 전달할 수 있었다.

兪교수가 쓰고 있는 '북한 문화유산 답사기' 의 재미는 바로 이런데 있다.

단순히 '북한유물은 이렇더라' 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체취까지 함께 녹여 보여준다.

그래서 독자들은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의 북한 문화유산을 더욱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부벽루.대동문 등을 소개한 초기 연재는 50년 세월이 주는 심리적 거리를 크게 의식해서인지 객관적인 유물묘사에 치우쳐 건조한 감도 없지 않았다.

兪교수의 남다른 장기라 할 풍자와 야유의 맛도 남북한 당국을 의식해서인지 제대로 못낼 때가 있어 아쉬웠다.

이처럼 남과 북, 그리고 독자의 각기 다르고 까다로운 기대치를 모두 충족시키려다 보니 본인마저 만족스럽지 못한 때가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러고는 4회째인 '동명왕릉' 편부터 방향을 틀었다.

객관적 묘사도 좋고 처음 찾은 평양에서 느낀 사적인 감흥도 좋지만 이와 함께 북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풍부하게 전하면서 충실한 중계자 역할을 해 독자들 스스로 북한과 북한의 유산을 가슴 속 깊이 느끼게 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의도대로 읽는 맛이 한결 더 좋아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출판인 이기웅 (열화당 대표) 씨는 “독재와 빈곤 등 북한에 대한 단편적 인상이 이번 답사기를 통해 많이 바뀌었다” 며 “정치.경제가 아닌 문화유산으로 북한을 보니 새삼 동질성을 갖게 된다” 고 말했다.

또 “兪교수가 너무 생생하게 표현해 배낭 메고 지팡이 들고 하나하나 방문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난다” 고 덧붙인데서도 兪교수 글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兪교수는 유산이나 북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함께 욕심 같아선 각 유물에 얽힌 역사적 배경이나 전설도 소개하고 싶지만 지면의 특성을 고려해 간단한 소개로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양유물에 이어 지난주부터 시작한 묘향산 유물을 4회 정도 더 다룬 후 평양박물관 유물과 고구려 고분벽화 등을 차례로 소개할 예정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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