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걸인등에 3년째 무료점심 '숨은 일꾼상' 수상 유연옥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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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6일 오전11시 용산역광장 양지학원앞. 행려자와 실직자들로 보이는 허름한 행색의 사람들 2백여명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작은 체구에 진땀을 흘리며 식판에 밥과 국을 담아 나눠주고 있는 유연옥 (兪連玉.29.여.강남구삼성동.주부) 씨가 질서를 잡기 바쁘다.

兪씨가 이곳에서 무료점심을 대접하기 시작한 것은 96년1월. 소문이 퍼지자 매일 2백여명이 이곳을 찾고있다.

토요일만 빼고 일주일에 6번씩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공휴일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따뜻한 국과 밥을 제공해 왔다.

“술 먹고 새치기하고 서로 싸우는 사람에겐 식사를 안줍니다.

그래야 질서있게 모든분이 나눠 드실 수 있으니까요.” 兪씨의 이런 원칙때문에 처음에는 고생도 심하게 했으나 꿋꿋이 계속하다 보니 이젠 매일 오다시피 하는 사람들과는 이름도 알고 안부인사도 나눈다.

노래교실 강사였던 兪씨가 젊은 나이에 쉽지 않은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은 94년부터 6개월동안 허리통증에 시달리면서부터. 유명하다는 병원은 다 찾아다녔으나 병명도 알지 못하고 하반신을 거의 움직이지 못하다가 '신앙의 힘으로' 낫게 된후 “덤으로 살게 된 인생이니 남을 위해 살아야겠다” 고 결심하게 됐다.

1년동안 혼자 밥과 반찬.국을 집에서 만들어 용산역광장까지 나르고 배식까지 하다가 97년부터는 여동생 영옥 (英玉.28) 씨도 뛰어들었다.

하루 30㎏의 밥을 짓는등 한달에만 5백여만원이 들어가다보니 지금껏 2천여만원의 빚까지 지게 됐다.

약간의 후원금이 들어오나 비용을 대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요새는 실직한 분들도 곧잘 오셔서 밥을 드십니다” 이같은 공로로 16일 오후3시 서울시가 주는 '생활속의 숨은 일꾼상' 을 받은 兪씨는 "비오는 날 비를 피해 식사를 대접할 수 있게 창고하나라도 생겼으면 소원이 없겠다" 고 말했다.

연락처 792 - 5398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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