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사 10여명 거액입금' 파문확산 긴급 진상조사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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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전.현직 판사들이 변호사들로부터 무통장 입금방식으로 거액을 받은 사실이 검찰수사과정에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대법원은 16일 조사단을 의정부지원에 보내 판사들을 상대로 통장에 변호사의 돈이 입금된 경위 및 담당사건 처리와의 관련 여부 등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대법원은 이와관련, 이날 고법부장판사 이동을 위해 열기로 했던 인사위원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대검 고위관계자는 "판사와 변호사간에 돈을 빌리고 갚은 행위로 파악하고 있다" 며 "현재로선 전면 수사에 나설 뜻이 없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성명을 발표, 관련자들의 소환조사와 사법처리를 촉구하고 나서 파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판사들의 통장에 변호사들의 돈이 입금된 사실은 의정부지청의 법조브로커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의정부지청이 검찰수뇌부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의정부지원 전.현직 판사 10여명이 이 지역 변호사 10여명으로부터 무통장 입금방식으로 1억~수백만원씩의 돈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의정부지원 판사로 있다가 96년 9월 개업한 K모 변호사는 재직시절 이순호 (李順浩.36.구속중) 변호사로부터 1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직 J모 판사는 96년 4, 5, 6월과 97년 2월 등 네차례에 걸쳐 李변호사로부터 2백만원을 송금받은 것을 비롯, 변호사 5명으로부터 모두 7백여만원을 송금받았다.

또 현재 서울지법 산하 모 지원에 근무중인 S모 판사도 의정부지원 재직 당시인 96년과 97년 사이 徐모 변호사로부터 5백만원을 송금받은 것을 비롯, 1천만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K변호사는 "변호사 개업전 사시동기생인 李변호사가 개업자금을 빌려주겠다고 해 1억원을 빌렸으나 96년 10월에 7천만원, 12월에 3천만원을 갚았다" 고 말했다.

또 S판사는 "지난해 徐변호사로부터 5백만원을 빌렸다가 3개월 뒤에 갚았으며 그 이상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정철근·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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