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식매입 '끝물'…차익 매물 쏟아내 투자열기 급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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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외국인 주식보유 비중이 20%에 육박하면서 이들의 투자열기가 빠른 속도로 식고 있다.

특히 올들어 한달 넘게 국내 증시를 떠받쳐왔던 외국인 매수세가 지난 며칠새 퇴조하는 기미를 보이자 "드디어 팔 시점을 찾기 시작했다" 는 의견쪽에 가담하는 증시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6일만 해도 사상최대인 3천19억원의 순매수 (매수 - 매도) 기록을 세웠으나 곧바로 매수강도가 급격히 떨어져 순매수 규모는 ▶9일 1천5백24억원 ▶10일 1천1백99억원 ▶11일 6백34억원에 이어 ▶12일엔 2백73억원으로 급감추세를 나타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들은 11, 12일 이틀간 대표적 블루칩 (핵심 우량주) 인 한국전력 주식을 수십만주씩 내다 팔았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미국 베어스턴스 증권은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던 부광약품 주식 9만여주를 팔아 4억원 가까운 시세차익을 올렸다.

이처럼 외국인들의 매도분위기가 확산되자 주가도 14일까지 닷새 연속 급락해 종합주가지수를 70.12포인트 (12.6%) 나 끌어내렸다.

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 보유주식의 시가총액 비중이 20%에 육박하면 유통물량이 줄어들어 매수세가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고 지적했다.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비중은 지난해 12월초만 해도 10% 안팎이었으나 두달만에 17.5%까지 급증했다.

다이와 (大和) 증권 서울지점 이재광 조사부장은 "외국인들은 이제 살만한 우량주나 업종대표주들을 대부분 한도까지 샀기 때문에 보유주식에 대한 주가하락 부담이 생기기 전에 서둘러 차익매물을 내놓는 분위기" 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상장사 대주주 및 우호세력과 기관투자가들이 가지고 있는 물량 등 증시의 유동주식은 전체 발행주식의 30% 정도인데 개인투자자들의 보유분을 감안하면 외국인들의 비중은 20%를 넘기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80년대초 주식시장을 개방한 일본의 경우 지난해 3월 현재 외국인들의 비중이 11.9%에 불과하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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