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살아있다]위기의 경제 돌파구는 디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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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IMF구제금융에 따른 침울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다시 일어나자!' 라는 구호가 터져나오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그동안의 우리 경제처럼 알맹이 없는 빈 껍데기 디자인 개발보다는 내실있는 디자인의 모색이 절실히 요구된다.

세계 역사를 돌이켜 볼 때 경제 위기에서 국가경제를 살려냈던 것은 다름 아닌 디자인이었다.

지난 30년대 미국에서 산업디자인은 대공황의 경기 침체기를 돌파하려는 기업들의 자구책으로 처음 모색되었다.

이로 인해 제품의 스타일이 개선되고, 새로운 디자인 원리가 적용되어 경제 회생으로 이어졌다.

영국 또한 80년대초 대처 수상이 취한 강력한 '디자인 진흥책' 으로 76년 IMF원조를 받을 수밖에 없을 만큼 부진했던 오랜 경제침체에서 벗어났다.

예컨대 82년 한해 동안 디자인 진흥을 위해 집행된 영국 정부예산은 무려 1천2백만 파운드 (당시 환율로 약 1백70억원) 로 증액되었다.

여기에 힘입어 영국의 혁신상품들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얻으면서 세계시장에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이러한 역사적 교훈으로부터 우리 정부와 기업도 배워야 한다.

피상적인 디자인 진흥과 전략이 아닌 급변하는 세계 문화와 시장을 독자적인 상품으로 해석해낼 수 있는 '디자인 마인드' 에 초점을 맞춰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문제시되었던 해외 유명상품의 모방과 복제 디자인이 아닌 첨예한 현대사회의 문화적 속성을 담은, 즉 '삶의 의미' 가 촉촉이 배어있는 독창적인 상품디자인으로 승부수를 걸어야겠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거두고 성공한다면 과거 미국과 영국이 그랬듯이 우리에게도 현재의 위기가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다가올 것이다.

김민수 교수〈서울대.산업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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