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성,공기업 첫 부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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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공기업이 처음으로 부도위기에 몰렸다.

국가보훈처 산하 한국보훈복지공단이 1백% 출자한 건설회사 ㈜한성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금명 부도처리될 전망이다.

한국보훈복지공단 고위 관계자는 "현재 한성이 보유하고 있는 시재는 8천만원에 불과한 반면 9, 10일 각각 1억2천만원과 30억원의 어음을 결제해야 한다" 며 "특단의 정부지원이 없으면 부도와 동시에 화의신청이 불가피하다" 고 9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돌아온 어음 55억원은 공단의 은행차입금과 약속어음으로 막아왔지만 더 이상의 지원은 공단 자체의 부실화를 초래해 불가능하다" 고 덧붙였다.

한성은 현재 종금사 등에서 2천억원을 차입한 상태며 이 가운데 단기차입금이 전체 차입금의 64%에 달하고 있다.

또 95년 이후 누적적자가 모두 7백45억원에 달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되자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 지난해 12월 개인과의 수의계약을 통해 가계약을 체결했으나 지난달 26일 운영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이유로 인수자가 위약금을 감수하고 본계약을 포기한 상태다.

한편 한성 직원들은 9일 공단 앞에서 집회를 갖고 "최근 국가신인도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마당에 공기업을 부도내선 안된다" 며 보훈처와 공단의 방침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단측은 "보훈처와 대통령직인수위에 주택공사로의 재인수와 1천2백억원의 정책금융 지원을 건의했으나 실현이 불투명하다" 며 "우리는 경영관리와는 법적으로 무관한 한성의 주주일 뿐이며 부도시 약 1백60억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피해자" 라고 말했다.

한성은 한국보훈복지공단이 보훈기금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83년 주택공사로부터 1백32억원에 인수, 94년까지는 매년 흑자를 냈었다.

그러나 이후 건설경기 침체와 아산공장 등 신규 사업에 지나치게 투자해 지난해 3백18억원의 적자가 났으며 현재 자산규모는 2천5백80억원, 부채는 2천7백57억원이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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