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송시열의 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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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산 절로 수 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이 중에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하리라

- 송시열의 시조 -

시의 작자는 시 그대로 살고 싶었으리라. 청산 녹수 그 산수간에 나 자신도 그렇게 절로절로 늙어가고 싶었으리라. 송시열 (宋時烈.1607~1689) 은 82세의 고령인데도 정정했다.

본디 서인의 우두머리였다가 서인이 노.소로 갈라지면서 노론의 수령이 되었다.

조선 숙종 연간에 제주로 유배되었다가 전라도 정읍에서 사약을 받았다.

한번의 사약으로 죽지 않자 두번째 약사발을 받아 먹고 죽어야 했다.

조선 후기 농익은 성리학의 대가였고 권세가였다.

그런 그에게 자연과의 일체인 풍류가 어디 가당했겠는가.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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