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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향후 30년 내다본 국방개혁안 요구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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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국방환경의 변화는 크게 다음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세계적 차원의 금융위기로 인해 중기적 재정환경이 악화되었다. 국방개혁 소요 예산도 예측되는 재정악화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둘째, 한·미 관계의 강화다. 지난 10년 동안 부분적으로 손상된 한·미 관계가 복원되고 있다. 2008년 한·미 양국이 2만8500명 수준의 현 주한미군 규모를 더 이상 줄이지 않고 동결하기로 한 것은 양국 동맹 강화의 상징적 조치로 볼 수 있다. 셋째, 북한 위협의 증대다.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북한의 위협이 다소 감소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은 2008년, 2009년을 거치면서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현재의 김정일 체제가 유지되는 한 북한의 위협이 급격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낮아졌다. 넷째, 전시작전권 전환계획은 목표연도(2012년)에 맞추어 차질 없이 준비한다.

이러한 여건변화를 반영해 수정된 국방개혁은 우선 개혁에 소요되는 예산을 2005년 계획 대비 22조원 감소시켰다. 2005년 계획에서 반영된 예산 판단이 잘못되어서라기보다 국가재정의 여건 악화를 조정안에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 또 전시작전 전환과 관계없이 주한미군의 군사력을 우리의 국방개혁 완성과정에 최대한 활용키로 했다. 주한미군의 군사력을 잘 활용할 경우 대체전력 건설의 우선순위를 조정할 수 있다. 북한 위협의 유지와 증대에 대비해 병력규모 축소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기로 한 것도 또 다른 특징이다. 117만의 북한군 규모에 대비해 급격한 감축으로 인한 안보부담을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 사회 일부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에 상관없이 2012년 전시작전권 전환에 필요한 군사적 준비는 철저히 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 2년 반 동안에 진행된 국방환경 변화 추세가 향후 2년 반, 혹은 5년 내내 같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제하고 국방개혁 조정안을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20년, 2030년 국방의 청사진을 오늘의 국방환경 추세 속에서만 봐서는 안 된다. 더 높은 곳에서 내다보는 눈높이 속에서 국방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2020년에 우리나라가 경제규모 차원에서 세계 10위를 목표로 한다면 그 수준에 맞는 국방을 그려야 한다. 당연히 주변국과의 군사력 격차는 좁혀져야 한다. 새로운 한반도의 평화구조 창출을 국가 목표로 한다면 거기에 상응한 남북한 군사관계 모습도 담아내야 한다. 국방개혁은 지난 30개월의 국방환경 평가도 중요하지만 향후 30년을 내다보는 통찰력이 묻어 있어야 한다. 2005년 국방개혁 설계도면에도 그러한 고민과 통찰이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수정하고 보완도 해야 하지만, 국방개혁은 골격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면의 골격은 유지하되, 시공방법을 상황변화에 맞게 첨단기술과 실용철학을 접목하면 된다. 2009년 개혁 조정방향에서 국방운영과 관련해 군보다 앞서는 민간자산과 기술을 국방개혁 자산으로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시공방법의 개선으로 봐야 한다. ‘2005개혁안’은 ‘돈 먹는 개혁’이고, ‘2009개혁안’은 ‘돈 안 쓰는 개혁’이라는 이분법적 평가는 적절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적정예산이 들지 않고 선진강군을 만들 정책의 묘약은 없다.

백승주 국방연구원·안보전략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