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어닝 서프라이즈, 애널리스트가 더 놀랐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뉴스 분석 증권사 애널리스트(기업 분석가)들의 기업 실적 전망도 경기를 탄다. 대체로 활황일 때는 실제보다 더 좋게 내다보고, 경기가 나빠지면 더 비관적으로 예상한다. 눈앞에 보이는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건 애널리스트도 마찬가지다.

올 1분기에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내놓은 기업이 많았던 것도 그런 영향이 컸다. 우리 기업들이 선전하기도 했지만 예상치의 수준 자체가 워낙 낮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론 ‘애널리스트들의 서프라이즈’였던 셈이다.

◆서프라이즈에는 착시 효과=증권 정보 제공업체인 FN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이 발표한 1분기 실적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 간극은 크게 벌어져 있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집계한 컨센서스는 2765억원 적자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476억원의 흑자였다.

연초 이후 나온 27건의 전망 중 흑자 전환을 예상한 경우는 5건에 그쳤다. LG전자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216억원이었지만, 실제로는 4372억원으로 추정치와 실제치 간의 거리를 나타내는 괴리율이 259%에 달했다. 거꾸로 현대차와 포스코의 실적은 과대 추정됐다. 영업이익 발표치보다 추정치가 각각 39%, 27% 높았다. FN가이드의 김희망 연구원은 “애널리스트들의 주목을 받는 기업들의 경우 괴리율이 5% 이내에 머무르는 게 보통”이라며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3분기 이후 추정치가 크게 빗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는 발표된 실적이 추정치를 크게 웃도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달 29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68개 기업 중 영업이익에서 추정치를 30%이상 초과한 기업이 22개에 달한다. 무엇보다 애널리스트들의 예상 자체가 너무 보수적이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4분기 이후 이익 전망치를 과도하게 축소시킨 영향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수석연구원은 “경기가 급랭하면서 비관적인 쪽으로 심리적인 쏠림이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추정치 탓에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정작 아무도 놀라지 않는 경우가 잦았다.


◆하반기는 어닝쇼크?=연초 대부분 증권사의 증시 전망은 상저하고(上低下高)였다. 하지만 증시가 3월 이후 쉬지 않고 내달리면서 최근에는 거꾸로 ‘상고하저’란 표현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이익 전망치도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기업들의 이익 개선 속도가 이런 기대를 따라갈 수 있을지다. 김학균 수석연구원은 “상반기에는 이익을 너무 적게 예상해 어닝 서프라이즈가 속출했다면, 하반기에는 너무 많이 예상해 어닝 쇼크가 빈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이익 전망치가 급변하자 주가수익비율(PER)을 잣대로 주가가 싼지, 비싼지를 따지는 게 무의미하게 됐다는 말도 나온다. PER은 현재 주가를 주당 순이익(예상치)으로 나눈 것이다. 2009년 전체의 이익 예상치를 놓고 보면 우리 증시의 PER은 13.8배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1분기를 제외하고 2분기 이후 내년 1분기까지의 예상 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11.8배로 떨어진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이채원 부사장은 “요즘 같은 시기에는 PER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며 “변동이 상대적으로 작은 자산 가치가 기준인 주가순자산비율(PBR)로 주가의 적정성을 따지는 게 더 유용하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