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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여성교육 변천사 특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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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학교가 아니면 총혜(총명)한 계집 아해들을 가르칠 도리가 없삽기로(중략) 엎드려 빌건대 깊이 통촉하옵소서."

지금으로부터 106년 전인 1898년 10월 13일. 여학교 설립운동 단체인 '찬양회'가 고종에게 올린 '부인 상소문'의 일부다. 이미 1886년 선교사에 의해 이화학당이 문을 열었지만 '공립'학교를 세워달라는 당시 여성들의 배움에의 간절한 요구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5일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내 여성사전시관에서 개막된 특별 기획전 '여성! 배움을 통해 세상을 그리다'는 근대 시기 한국 여성교육의 변천사와 그로부터 비롯된 여성문화 형성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행사다.

이를 기획한 여성사전시관 문호경 학예연구사는 "교육은 여성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본조건 중 하나였다"며 "선배 여성들이 열망한 교육권을 현대 여성들이 생산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되새겨 보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전은 모두 7개의 세션으로 구성돼 있다. '배워야 산다'는 제목으로 구성된 첫째 세션에는 '조선여자교육협회 설립취지문', 찬양회의 '여학교 설시통문' 등 사료가 전시됐다.

또 강연회에 여성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즉석 기부했던 일 등 독립신문에 보도된 당시 기사가 문자디자인으로 복원돼 전시되고 있다.

둘째 세션에서는 1920~30년대 여학교 교실을 구경하고 체험할 수 있다. 교실 벽을 세우고 책걸상을 갖다 놓아 관람객들이 직접 앉아 당시 국어교과서인 '여자고등 조선어 독본', 도덕 교과서인 '중등교육 여자 수신서' 등을 펴놓고 내용도 읽어 볼 수 있게 했다. 또 성적표.건강기록부.졸업장 등과 당시 인기 소설이었던 '인형의 집', '신여성''신가정' 등 잡지도 전시하고 있다.

'집안에서 학교로:학교생활, 새로운 문화의 형성'이란 제목의 넷째 세션도 눈길을 끈다. 이곳에서는 교육을 통해 여학생들이 친구와 사회적 관계를 맺었을 뿐 아니라 학예회.음악회 등을 통해 감성의 해방을, 운동을 통해 몸의 해방을, 밤시간 꽃구경을 통해 금기로부터 해방돼 가는 과정과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행사는 사료뿐 아니라 동영상과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다양한 표현 방식을 구사하고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계속된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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