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 이후 부동산 급매물 쏟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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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부산 사상공단에 2층짜리 공장건물 (대지 3백40평.건평 6백평) 을 가지고 있는 張모 (56) 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시세 (13억원) 의 60%선인 8억원에 내놓은 공장이 1개월이 지나도록 팔리지 않아 걱정이 태산같다.

8개 중소기업에 월 1천2백만원씩 받고 빌려준 공장을 담보로 96년 은행에서 8억원을 대출, 이자 (월 9백만원선) 를 월세로 충당해왔으나 11월부터 입주회사 5곳이 도산해 월세가 5백여만원밖에 걷히지 않은데다 금리인상으로 이자마저 월 1백만원 이상 늘어나 은행빚을 갚기 위해 공장을 급하게 내놓은 것. IMF체제 이후 이처럼 부동산을 시세보다 싼 값에 급하게 팔려고 내놓는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급매물을 내놓는 사람은 주로 부도위기에 몰린 중소기업인이나 금리인상으로 늘어나는 이자가 부담이 돼 은행빚을 갚으려는 사람들이다.

또 대출 보증을 섰다가 재산이 압류될 처지에 놓인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지역 부동산 시장에 나오는 급매물이 IMF체제 이전보다 10배가량 늘어났다.

부산에서 가장 큰 부동산중개업소인 부산시동래구안락동 S부동산엔 팔려고 내놓은 급매물이 3천여건에 달할 정도. 아파트가 30% 가량으로 가장 많고 단독주택 (20%).상가 (15%) 순으로 매물이 쏟아진다는 것. 이들 부동산은 대부분 시세의 70%선에 나와 있으나 부동산 경기가 꽁꽁 얼어붙어 거래는 한산한 편. 또 서울에 있는 부동산중개업소에 내놓는 덩치 큰 급매물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지난해까지 월평균 2백여건이던 부산지역 부동산 경매물건이 올들어 3천2백여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S부동산 대표 김길홍 (59) 씨는 "올들어 돈을 적게 받아도 좋으니 팔기만 해달라는 급매물이 하루에도 20~30건씩 쏟아지고 있으나 팔리는 물건은 평균 2건도 안된다" 고 말했다.

부산〓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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