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로 읽는 사진이야기]下.예술사진의 모험…사진가 나다르(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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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기이한 행적으로 유명했던 사진가 나다르 (1820~1910) 는 풍자화가 도미에의 표현대로 '사진을 예술의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자' 비행기구를 타고 정말 하늘로 올라가기까지 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야말로 이전에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지상의 장엄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크고 작은 비행기구로 모험을 거듭했다.

1863년 9월 파리의 신문들은 나다르의 주문에 따라 2백명의 재봉사 처녀들이 밤낮없이 7㎞에 달하는 비단을 꿰매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거대한 비행기구 '거인' 호를 제작하는 광경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쥘 베른의 공상소설 속에 나오는 비행선 '빅토리아' 호를 모방한 것이었다.

45미터 높이에 지름은 25m, 10명을 승선시킨 무게는 가스를 합쳐 7.7t이었다.

1863년 10월 4일 파리의 샹 드 마르스 언덕에서 이 비행기구가 이륙할 때 모여든 인파는 20만명. 프랑스 대혁명 첫번째 기념일 이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운집한 적은 없었다며 온 유럽이 떠들썩했다.

더구나 몸소 이 역사적 사건을 지켜보러 현장에 당도한 '그 분' , 즉 황제 나폴레옹 3세에게 그가 손을 내밀지도 않았던 것이 더욱 세상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진보주의자였던 나다르는 황제의 보수노선에 대한 분명한 반대 표시로 그렇게 했노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좌파의 거물 정객 루이 블랑과 절친한 사이였다.

그렇지만 이 비행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짓궂은 날씨와 바람 때문에 '거인' 호는 독일 하노버 들판에 곤두박질쳤고 나다르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팔다리가 부러졌다.

그러나 그 뒤로도 그는 비행을 서슴지 않았고 새의 눈으로 내려다본 풍경을 전해주면서 사람들의 시야를 넓혀주었다.

악천후 속에 무겁고 원시적인 장비임에도 세상사람들이 미처 보지못했던 아름다운 광경을 보여주려는 사진가의 야심은 전문 탐험가를 능가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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