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소품종 대량체제로 구조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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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IMF (국제통화기금) 한파 속에서 제조업체의 제품생산 패턴이 '다품목 소량생산' 에서 '소품목 대량생산' 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다양한 제품을 주무기로 삼던 제과.의류.생활용품 업체들은 최근 소비자들의 호응도가 낮은 제품을 경쟁적으로 줄이고 있다.

심지어 절반 수준으로 줄인 곳도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소비자 입맛을 모두 맞추겠다는 식의 '구색상품' , 잘 나가는 경쟁사 제품에 편승하기 위해 내놓는 '미투제품' 이나 '시험품목' 또는 사세 (社勢) 과시 차원에서 내놓는 '과시용상품' 등이 차례로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구하기가 어려워진데다 제품 생산및 마케팅비용 부담을 덜기위해 생산품목을 대폭 줄이고 있다" 고 설명했다.

재벌그룹들이 한계기업을 정리하거나 신규사업을 보류하듯이 이들은 큰 돈 안되는 품목 생산을 중단하거나 위험부담이 따르는 신상품개발을 보류하는 것이다.

이에대해 백화점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환율상등으로 수입품이 대폭 준데다 국산까지 품목을 줄이고 있어 매장 채우기가 힘들 지경" 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과자 = 동양제과는 1백20가지 이상의 과자류를 생산해오다 최근 세이영.오후에 홍차.종합선물세트등의 품목을 없애 생산품목을 50여가지로 줄였다.

또 내년초까지 10여가지를 더 줄이기로 하고 소비자동향.수익구조등을 점검하고 있다.

현재 4백여가지를 내놓고 있는 크라운제과도 내년에는 잘팔리는 상품을 중심으로 1백70여가지로 줄여 이곳에 영업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해태.롯데제과도 환율상승으로 원료 구하기가 어려워진 과자 생산을 중단하는등의 방법으로 전체 품목의 3분의1 가량 줄이기로 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밀가루.설탕.물엿등 일반적인 원료로 만들 수 있고 연간 매출이 12억원을 넘는 품목만으로 IMF한파를 헤쳐나가기로 했다" 고 말했다.

◇ 의류 = 신원은 12개 브랜드중 베스트벨리.씨.비키등 6가지 주력브랜드만 살리고 나머지는 출시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영캐주얼 시장의 1, 2위를 다투는 보성어패럴도 6개 브랜드중 겟유스트.EB등 2가지를 이미 출시중단한데 이어 2백8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몇개월째 추진해오던 2개 신규브랜드 프로젝트도 최근 보류했다.

엘지패션.제일모직.코오롱.일경등도 지난해초에 비해 30%쯤 브랜드 수를 줄였고, 일부 중소형 수입업체의 경우 아예 폐업까지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쪽도 마찬가지로, 신세계백화점 계열 의류수입업체인 신세계인터내셔널은 총15개 브랜드중 세루티1881등 5개에 대해 이미 수입계약을 해지했다.

◇ 생활용품 = 애경산업은 애경베이비란 브랜드로 생산되는 로션.콤팩트.크림.오일등 유아용 화장품과 크린티치약의 생산.판매를 중단했고, 제일제당도 지난해 브랜드수를 45개에서 35개로 줄였다.

이들은 또 월 1~2개씩 신제품을 출시해왔으나 앞으로는 각종 자료를 통해 시장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 신상품을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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