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벌정책 진로와 과제]2.고성장견인·이젠 빛바랜신화…재벌정책 실효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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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는 그동안 경제력 집중을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재벌규제 정책을 펴왔다.

재벌규제 정책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재벌의 돈줄을 죄는 여신규제와 공정거래법상의 대기업 규제장치들이 그것이다.

여신규제는 재벌 순위에 따라 은행여신의 총한도를 제한하는 여신한도관리제가 대표적이고 지금은 폐지됐지만 부동산취득 제한과 주력업종 지원제도 등이 여신관리 규정에 들어 있었다.

또 재벌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동일인 여신한도제나 거액여신 총한도제도도 광의의 여신규제라고 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은 직접적으로 재벌을 규제하는 최대수단이다.

지주회사 설립이나 계열사 상호 출자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출자총액을 제한하며, 상호 빚보증도 줄이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 재벌그룹들을 특별관리하고 재벌이 보유한 국내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밖에 재벌의 금융산업 지배를 막기 위해 은행법 등 해당 금융업법에 출자한도의 제한을 두거나 신규 참여에 일반기업과 차별을 두고 있다.

재벌들은 또 중소기업 고유업종의 진출이 금지되고 다른 재벌이 벌이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도 사실상의 진입 규제를 당한다.

이와 함께 신문.방송.기간통신사업 등의 진출과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참여도 제한을 받는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재벌규제책은 그동안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경유착에 의한 특혜는 줄었다고 하지만 경제 전체에서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꾸준히 확대돼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재벌에 대한 인식의 혼란이 큰 몫을 했다.

경제회생에서 공기업 민영화.부실기업 인수에 이르기까지 재벌 이외에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현실론과 경제력 집중은 완화해야 한다는 당위론 사이에서 오락가락 해온 게 그동안 재벌정책의 한계였다.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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