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세계바둑계 기상도…한국 4인방·중국 6소룡 '대회전'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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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바둑계에 한.중대결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98년에 '신흥' 중국은 '최강' 한국에 어느 때보다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예측된다.

막부시대 이래 4백년간 바둑을 중흥시켰던 일본의 힘은 90년대 이후 점차 소진되고 대신 5천년전 바둑을 만들어낸 중국이 '종주국' 의 위상을 회복하겠다며 세계바둑의 패권을 놓고 한국과 한판승부를 벌이려 한다.

한국바둑의 축은 물론 이창호9단이다.

5년전 조치훈9단은 "이창호로 인해 한국은 세계바둑의 중심이 될 것" 이라고 했는 데 그말은 적중했다.

한국바둑은 최근 수년간 이창호를 중심으로 그의 스승 조훈현9단과 그의 라이벌 유창혁9단이 활약하며 사상 유래없는 '황금시대' 를 연출하고 있다.

4인방의 한 축인 서봉수9단도 국제전에 관한한 큰 힘을 발휘했다.

한국바둑은 그러나 이창호.조훈현.유창혁 3인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이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바둑은 이창호가 전체전력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조훈현과 유창혁이 30%, 서봉수 등 중견과 신인그룹이 나머지 20%를 담당한다고 말한다.

이창호는 올해 만23세로 바둑으로선 최적기에 접어들었으니 더욱 기대를 해도 좋을 것같다.

하지만 조9단은 46세로 체력의 한계가 있고 유9단은 기복이 심하다.

그래서 이들이 삐긋하면 한국은 이창호 혼자 남는 경우가 발생한다. 중국바둑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었다.

20대 초반의 신인그룹 '6소룡' 이 정상의 마샤오춘 (馬曉春) 9단을 제치고 타이틀을 나눠 가진 것이다.

창하오 (常昊) 8단은 '천원' , 왕레이 (王磊) 6단은 '패왕' , 사오웨이강 (邵위剛) 8단은 우칭배와 NEC배. 이외 저우허양 (周鶴洋) 8단, 뤄시허 (羅洗河) 6단, 류징 (劉菁) 7단 등 나머지 3명도 타이틀획득엔 실패했지만 이미 근처에 가있다.

이들 6소룡은 그간 최명훈6단.김승준5단.이성재4단.목진석3단 등 한국의 신예그룹과 정기교류전을 가져 근소한 우위를 보이는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국제무대에서 저우허양은 이창호를 꺾었고 창하오와 왕레이는 조훈현과 조치훈을 격파하며 돌연 세계의 강자대열에 합류했다.

6소룡은 분명 강해졌고 더불어 중국의 열렬하기 짝이 없는 바둑팬들은 그들에게 '종주국으로서의 권위회복' 이란 대업을 부여한 것이다.

한국의 신예그룹은 막상막하의 실력자들이 10~15명쯤 된다.

그들은 중국의 신인들을 자신들이 막아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한국은 국제통화기금 (IMF) 의 영향으로 어느 정도의 위축은 피할 수 없을 지 모른다.

중국은 "국운이 일어서면 바둑도 강해졌다" 는 바둑사의 한구절을 들춰내며 올해의 목표를 '타도 이창호' 로 높이 잡고 있다.

이창호9단도 "그들은 보이지 않고 나는 모든 게 드러나 있다" 는 한마디로 임박한 한.중 대결에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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