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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속한 정치 … ‘선당후사’가 원망스러운 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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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4·29 재·보선 지원에 나선 민주당 의원들이 ‘선당후사(先黨後私·개인보다 당을 앞세움)의 남모를 고통을 겪고 있다.

박지원(목포) 의원은 22일 “(노무현 정권 시절 대북 송금 특검으로) 감옥에 갇혀 ‘인생 막장’ 처지가 됐을 때 도와준 고마운 사람(무소속 신건 후보)을 해코지하고 왔다”며 울적해 했다. 박 의원은 전주 완산갑 지역에서 “민주당 이광철 후보를 찍어달라”고 외치고 다녔지만 이 후보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다. 반면 이 후보와 혈투를 벌이고 있는 무소속 신건 후보와는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박 의원)·국정원장(신 후보)으로 함께 일했던 절친한 관계다.

박 의원은 부평을 지역에서도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다. 민주당 홍영표 후보는 잘 알지 못하나 한나라당 이재훈 후보는 청와대 시절 휘하(행정관)에 뒀고, 지금도 자주 만나는 관계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그런데도 부평에 가면 ‘홍 후보를 밀어달라’고 할 수밖에 없어 가슴이 아플 뿐”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 지원을 위해 부평에 매일 출퇴근 중인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실은 한나라당 이 후보와 가깝다. 정 대표는 2006년 산업자원부 장관에 취임한 직후 산자부 무역투자실장이던 이 후보를 차관보로 승진시켜 주는 등 무척 아꼈다고 한다. 이 후보도 “정 대표는 정말로 존경하는 분”이라며 “유세 중 마주치면 꼭 인사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 후보와의 관계에 말을 아끼면서도 “선거 뒤 할 얘기가 있을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출마로 호남 출신 의원들이 방문조차 꺼리는 전주 덕진에서 민주당 김근식 후보 지원에 총대를 멘 박주선(광주 동구) 최고위원도 당초엔 ‘정 전 장관 공천 불가피론’을 폈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정 전 장관 공천 배제를 결정하자, 전주지역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정 전 장관 공격을 총지휘하고 있다.

정 전 장관과 전주고 동문으로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 전 장관 지원에 앞장섰던 최규성(김제·완주) 의원도 당을 위해 학연을 버린 경우다. 그는 전북도당위원장인 강봉균(군산) 의원과 함께 전북지역 민주당 의원으로는 유이(唯二)하게 전주 현지에서 자당 후보들을 위해 뛰고 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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