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금수 장류연구소장 “고추장 파스타, 된장 쿠키로 한식 세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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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세계인들이 고추장 파스타며 된장 쿠키를 즐길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전통 장류에 답이 있습니다. 박제된 전통을 되살려 현재로 갖고 와서 성공시켜야 합니다.”

전라북도 순창군에서 장류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한금수(57·사진) 소장의 말이다. 미생물을 전공한 뒤 장류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그는 전통 장의 현대화와 세계화에 힘써왔다. 순창군에 장류 연구소와 각종 공장을 모은 ‘장류밸리’를 열 계획도 추진 중이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내년 상반기께 완공 예정이다.

순창군 장류연구소는 토요일인 25일 오전 10시부터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깊은 맛 느린 숨, 장’ 행사의 공동 주최자이기도 하다. 서울역사박물관 내 레스토랑인 ‘콩두’와 함께 계획한 이 행사에선 오전 10시부터는 전통 장류의 발전 방향을 논하는 포럼이, 오후 1시부터는 일반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열린다.

각 지방의 장 명인 및 장인들이 모여 시연을 할 예정이며, 샘표식품에서도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다. 시민 참여 행사로 된장 쿠키 시식과 전통 메주 빚기 체험도 있다.

한 소장은 ‘전통식품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발표를 할 예정이다. 내용을 묻자 그는 먼저 일본의 유명 장류 회사인 깃코만의 예를 들었다. “깃코만이 작년 미주 지역에서만 9억8000만 달러의 매출을 냈다는 정보를 들었습니다. 똑같은 ‘장’이라는 자원을 가지고 이렇게 부를 축적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이웃에 있습니다. 우리라고 못 할 이유가 없지요.”

여기에 미생물 전문가다운 설명을 곁들인다. “일본의 된장에는 한 가지만의 미생물이 있지만 한국의 된장엔 젖산균과 고초균 등의 네 가지가 살고 있어요. 우리 몸에 이로운 미생물 종류들입니다.”

걸림돌은 규격화되지 않은 장 만들기와 주먹구구식 공정 과정이다. “매실장아찌를 만든다고 200t의 매실을 할머니들이 일일이 손으로 다듬고 씨를 빼는 걸 봤습니다. 이런 건 전통이 아닙니다. 기계를 만들고 공정을 현대화했어야죠. 지금도 장류 관련 기계와 공장엔 일본산 기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면서 일본 후쿠오카현의 예를 들었다. “1966년에 약 100여 명의 장류 생산자들이 손을 잡고 조합을 만들어 공장을 만들었어요. 생장까지는 공장의 기계로 작업을 하고, 그걸 가져다 조미를 각자의 비법대로 합니다. 공정은 빨라졌고 개성은 그대로 살아있지요.”

한국의 경우 각 지역의 명인들과 장인들이 할 일이 많다는 지적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25일 행사에선 전국의 장류 장인들을 선정해 발표한다. 제주에서 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 부정선(45)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부씨는 감귤된장과 감귤고추장을 만들어 제주도로부터 도특산품 지정을 받았다.

부씨는 통화에서 “감귤의 달콤새콤한 맛을 된장의 구수함과 고추장의 매콤함과 섞어보면 어떨까 해서 3년간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 입맛에도 잘 맞을 거라는 게 한 소장의 평가다.

전주에서 식품연구소를 이끌며 장류를 연구해온 신동화 전 전북대 교수도 “감귤고추장의 경우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훌륭한 소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전 교수는 “스테이크에 타바스코 소스 대신 고추장 소스를 낼 수 있다”며 “올 여름에 유엔산하기구인 세계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고추장이 인증을 받을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렇게 되면 웹스터 사전에도 ‘고추장’이란 단어가 등재되며 세계에 고추장이 정식으로 소개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 소장은 “전통 장류를 잘만 활용하면 세계속에 한식을 더 널리 알릴 수도 있고 더불어 훌륭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워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깊은 맛 느린 숨’ 행사문의 (02-722-7720).

 글·사진=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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