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중 한 - 베트남 차명계좌 환치기 4000억 불법송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국내외에 거주하는 가족끼리 짜고 불법으로 외환 거래를 한 ‘가족형 환치기’ 조직이 검거됐다. 이들은 빚을 제때 갚지 못해 곤란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나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꾀어 환치기용 차명계좌를 개설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20일 140여 개 차명계좌를 이용해 3969억원어치의 외환을 불법 거래한 두 개 환치기 조직(9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중국 환치기 조직은 동서 간인 중국인 진모(39)씨와 한국인 장모(40)씨가 주축이 돼 2005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2050억원을 불법 송금했다. 진씨는 중국에서 조직을 총괄하고, 동서 장씨는 서울에서 불법 송금을 관리하는 식으로 일을 나눴다. 장씨가 운영하는 대학 구내서점이 국내 거점으로 활용됐다. 특히 이들은 채권 추심 업체에서 일하는 김모(27)씨를 통해 대출 연체자의 명의로 송금용 계좌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베트남 환치기 조직은 불법 체류자가 낀 가족형 조직이다. 불법 체류자인 베트남인 A씨는 베트남에 거주하는 동생과 공모해 2002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1919억원어치의 환치기를 한 혐의로 검거됐다. 이들은 국내 베트남 근로자 모임에서 알게 된 근로자들 명의로 환치기용 계좌를 개설했다. 김성원 서울세관 2외환조사관은 “국제결혼과 불법 체류 외국인이 늘면서 친인척으로 구성된 가족형 환치기 조직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소액이라도 빈번하게 외화를 송금하는 계좌에 대해선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