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외국사례…"경쟁력 확보" 끝없는 감원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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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제너럴 모터스 (GM) 는 5년간 4만2천명, 이스트만 코닥 1만9천명, 보잉 1만2천명, 필립모리스 2천5백명. 이 숫자는 지난달 중순부터 최근 한달 사이에 발표된 주요 미국 기업들의 정리해고 (layoff) 계획이다.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현재의 미국 경제상황에서도 미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감량 작업은 끝이 없다.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 (GE) 사가 지금 세계 최고의 우량기업으로 불리는 것도 엄청난 정리해고를 통해 경쟁력을 되찾았기에 가능했다.

지난 81년 잭 웰치가 회장 겸 최고경영자 (CEO) 직에 오르면서 GE는 대대적인 사업 재구축에 돌입했다.

1백개가 넘던 사업부서는 단 12개로 줄였고 40만명이 넘던 종업원은 무려 18만명을 해고, 22만명으로 감축했다.

웰치 회장은 이런 엄청난 감원을 실시한 덕분에 '중성자탄' 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지만 GE는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었다.

92년 49억6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미국의 IBM도 91년 적자를 기록하자 40만명이던 직원수를 5년간 25만명 수준으로 줄였다.

AT&T도 93년 이후 7만여명을 감원했으며 95년엔 직원들의 퇴직금 등 구조조정 비용으로만도 30억달러를 지출했다.

유럽과 일본의 일류기업도 감원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예외가 아니다.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93년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자 1만2천5백명을 해고하고 재무와 운영담당 임원 대부분을 해임했다.

네덜란드 필립스사도 90년 27억달러의 적자를 내자 5년간 4만5천명을 해고하고 채산성이 없는 회사를 팔아치웠다.

일본의 경우도 신일본제철.NKK 등 일본 철강 5사는 86년 엔고 불황때 모두 4만명의 직원을 해고했으며 94년부터 2년간 2만8천여명을 감원했다.

정리해고는 기업의 인수.합병 (M&A) 때도 나타난다.

지난해 3월말 합병을 선언한 미국의 체이스 맨해튼 은행과 케미컬 은행은 합병과정에서 전체 종업원의 16%가 넘는 1만2천명을 해고했다.

또 지난 8일 합병을 선언한 스위스 유니언 뱅크 (UBS) 와 스위스은행 (SBC) 의 경우 전세계 5만5천명의 직원중 1만3천명을 해고하고 전 지점의 40%를 폐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결국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와 무한 경쟁 속에 기업이 '고용의 유연성' 을 확보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또 이런 고통의 과정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공멸을 막고 추후의 호황과 고용 확대를 꾀하는 '새로운 발상' 이 필요한 시기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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