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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한나라당 거듭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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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나라당은 김대중 (金大中) 정부에서도 야당은 필요하며, 얼마든지 정치적 발언권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모르는 것같다.

하기에 따라서는 정권을 되찾아 올 수 있다는 것도 믿지 않는 것같다.

한나라당에는 지금 당권싸움의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다.

모두들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총재복귀를 겨냥했던 이회창 (李會昌) 명예총재, 기득권 유지를 위해 노심초사하는 조순 (趙淳) 총재와 이한동 (李漢東) 대표가 그렇다.

김윤환 (金潤煥).김덕룡 (金德龍).이기택 (李基澤) 씨등 주주 (株主) 라고 할만한 사람들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온통 당 주도권 잡기에 열중이다.

당사는 당사대로 난파선이다.

사무실엔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없다.

당직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장래를, 사무처 요원은 생계를 걱정하느라 일손을 놓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앞으로 어떻게 되는거냐" 고 물으며 불안감을 전염, 확산시키고 있다.

하긴 그럴만도 하다.

50년만에 처음으로 정권을 뺏긴 충격이 보통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본말이 전도됐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이 우선 할 일은 자기 반성이다.

왜 졌는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만 민심이 한나라당을 버린 이유를 알게 된다.

회생의 처방은 정확한 진단 아래서나 가능한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결론이 구 (舊) 여권의 분열일 수도 있고, 실정 (失政) 때문일 수도 있다.

자만일 수도 있고, 전략 부재일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이를 바탕으로 단합과 결속을 위해 뭐가 필요한지, 기존 정책이나 노선을 고칠 부분은 없는지 토론해야 한다.

중진들은 겸손해지고 인재를 널리 구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를 상의해야 한다.

IMF 구제금융 체제와 야당생활의 이중고를 맞아 군살을 빼고 피나는 내핍을 해야 한다는 합의를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같은 논의는 긁어 부스럼이 될 수도 있다.

인책공방으로 내분이 심화되고 균열이 촉진될 수 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고통을 동반한 자성 (自省) 을 미뤄선 안된다.

그게 자신들을 지지한 1천여만명의 유권자에게 보일 수 있는 책임있는 자세다.

만의 하나 차기정권이 독주나 독선에 빠질 경우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역량 축적도 이때라야 가능하다.

당당하게 새 정부와 관계를 정립하고, 내년 5월의 지방선거에서 재기를 다짐하는 한나라당을 보길 원하는 유권자층이 적지 않음에도 정작 한나라당은 엉뚱한 곳에서 잘못된 길을 헤매고 있다.

김교준<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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