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새 2조 순매수 … “외국인 선호 종목 주목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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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외국인이 주식시장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달 9일 이후 단 하루(15일)만 빼고 순매수를 이어갔다. 7거래일 동안 2조원어치 넘게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이와 달리 기관은 6일부터 10거래일 내리 주식을 팔아치웠다. 기관의 매도세에도 코스피지수가 10일 이후 꾸준히 1300선을 지킬 수 있는 건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 덕분이었다.

코스피지수가 1300을 넘어서며 시장에선 단기과열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이 기관과 달리 순매수를 이어간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선호하는 업종과 종목에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조언한다.

SK증권 원종혁 애널리스트는 “과거에도 코스피지수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때 외국인은 한 발 앞서 시장에 들어오곤 했다”고 말했다. 2001년 9·11테러, 2004년 카드채 사태 당시에도 코스피지수가 반등을 시작할 땐 외국인이 시장 흐름을 주도했다. 이에 비해 기관은 지수가 크게 오른 뒤에야 순매수로 돌아서곤 했다. 펀드의 경우 자금이 들어오는 속도가 지수 상승보다 느리기 때문이다.


최근 기관과 외국인의 움직임이 반대로 나타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기관이 주식을 살 때인데도 팔고 있는 건 펀드에 자금이 들어오지 않고 일부는 환매하기 때문”이라며 “기관보다는 외국인의 매매 패턴이 지수의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순매수가 더 이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거래소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할 때 외국인의 주식시장 보유 비중은 28% 정도다. 지난해 하반기에 30% 아래로 떨어진 뒤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대신증권 최재식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는 외국인 비중이 지나치게 줄어든 상태여서 앞으로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9~16일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은 포스코·삼성전자 같은 업종대표주를 주로 사들였다. 특히 상위 15개 종목 중 건설주(GS건설·삼성물산·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는 네 종목이나 포함됐다. 원종혁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팔자로 일관했던 건설업에 대해 외국인이 최근 순매수로 돌아섰다”며 “신용 위험이 예전보다 줄어들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통적인 중국관련주로 꼽히는 기계(두산중공업)와 철강(고려아연), 화학(SK에너지) 업종에서도 외국인은 순매수를 보였다.

최근 외국인이 많이 산 종목만이 아니라 과거에 외국인이 선호했던 종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재식 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이 팔았던 종목 중 올 들어 실적이 개선된 기업의 경우, 외국인이 다시 지분을 늘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보다 외국인 지분 비율이 줄어든 GS와 한화석화, 웅진씽크빅이 여기에 속한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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