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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콘텐트로 국가 브랜드를 높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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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최근 엔화 강세로 일본인 관광객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한국을 다녀간 일본 직장여성의 반응을 다룬 인터뷰 기사를 읽고 놀랐다. ‘엔고가 끝나면 한국 또 가고 싶지 않다’라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쇼핑, 먹거리 외에는 가볼 만한 곳이 너무 적다’ ‘버스 타기가 힘들다’ 등 관광에서 가장 기본적인 대목에 불만을 토로했다. 모처럼 몰려드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국가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잃은 것 같아 아쉬움이 더했다.

브랜드(Brand)는 기업이나 국가의 가치를 창출하는 하나의 중요한 무형자산이다. 브랜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치 중심의 기업경영과 국가경영이 핵심 전략으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림픽·월드컵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치르면서 국가 위상을 정립해 왔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브랜드 에쿼티(Brand Equity: 하나의 브랜드를 제품에 부여함으로써 국가·기업·상인·소비자들이 얻는 부가가치)를 확보하는 데 소홀했다.

늦었지만 정부가 현재 세계 33위인 국가브랜드 순위를 2013년까지 15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선진국들의 경우 오래전부터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을 해왔다. 스페인은 해외 문화를 내국인들에게 접목하기 위한 방안으로 CASA ASIA(아시아의 집)를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경제의 중심을 이루기 위한 전략으로서 ‘Singapore Quality Award’를 추진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1999년부터 ‘100% Pure New Zealand’란 이미지 심기를 계속해 오고 있다.

이런 각국의 브랜드 알리기 전략을 보면 대부분 문화가 연계된 콘텐트가 그 중심에 있다. 우리도 고유의 역사성, 역동적인 환경, 미래의 트렌드를 창의적으로 융합하는 전략적 콘텐트를 개발해야 한다. Clean & Green City 싱가포르, Pure 뉴질랜드, Art 프랑스를 보면 그 나라의 좋은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우리나라도 스파클링 코리아(Sparkling Korea)를 대표 브랜드 슬로건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 에쿼티를 형성하는 데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우수한 문화원형이 있다. 특히 문명을 실어 날랐던 4대 강변에는 역사적 생활문화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지역의 고대 설화와 유물도 산재해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경쟁력 있는 최첨단 IT기술도 있다. 우리의 캐릭터 상품이 세계 문화산업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뽀로로’와 ‘뿌가’가 OSMU(원소스 멀티유즈)를 통해 각각 4000억원, 360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런 우리의 강점을 활용해 ‘스토리와 캐릭터’ ‘물과 문화’를 융합, 글로벌 네트워킹이 가능한 ‘유니버설 킬러콘텐트’를 발굴 육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국가브랜드 마케터로 활용해야 한다. 무한경쟁 시대에 품질과 가격만으로 입맛이 까다로운 외국인을 유치하기엔 역부족이다. 신화·환상·꿈·야심을 키울 수 있는 스토리를 일궈내 감흥을 주어야 한다. 국가 이미지는 국가브랜드 가치로 나타나고, 그 가치는 경제위기 극복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명품 콘텐트로 국가브랜드를 높여야 한다.

안경모 경희대 관광대학원 교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