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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차량 방화… 골목마다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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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올 들어 대구에서 차량방화가 잇따르고 있어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경찰은 방화범 신고자에 포상금 500만원을 내걸고 방화가 잦은 곳은 매복까지 하고 있지만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실태= 30일 오전 4시49분쯤 대구시 동구 지저동 대구자동차학원 옆 주택가 골목에 세워둔 유모(28)씨 소유 SM3 승용차 트렁크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차량은 트렁크 부분이 타고 10여분 만에 꺼졌다.

경찰은 전기배선과 관계없는 트렁크 바깥에서 불이 난 점으로 미뤄 방화로 추정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방화에 사용된 유류품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29일 오전 2시20분쯤 북구 복현2동 모 교회 앞에 이모(53)씨가 주차한 8t 화물 트럭에서도 불이 나 차량에 실렸던 원단 등을 태우고 40분 만에 꺼졌다. 북구에서는 산격.침산동 등지에서 지난 27일부터 사흘 연속 방화추정 차량화재가 발생했다.

30일 대구경찰청과 대구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 같은 차량방화가 올 들어 대구 전역에서 총 44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나흘에 한번 꼴로 발생한 셈이다.

경찰은 이 가운데 9건의 범인을 검거했다. 범인은 자기 차의 보험금을 노려(5건), 또는 주차에 불만을 품거나 특별한 이유없이 범행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구의 경우 지난해도 40여건이 발생하는 등 2002년 이후 차량방화가 잇따르고 있다.

방화수법=경찰은 주차된 이들 차의 전기배선과 관계없는 범퍼.타이어.트렁크 외곽, 화물트럭의 짐칸 등에서 불이 먼저 난 점으로 미뤄 방화로 단정하고 있다. 방화범이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 그러나 경찰은 차량이 순식간에 불타 증거가 없어지고 범인이 유류품을 남기지 않는 데다 목격자마저 없어 범인 검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이 주로 새벽에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음료수 한 병 정도의 휘발유로 20분 만에 차량을 전소시킬 수 있고 목격자가 없어 범인 검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조치=경찰은 방화가 주로 발생하는 곳을 중심으로 매복 근무를 하고 112 순찰차와 형사기동대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또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동일수법 전과자, 우범자에 대한 동향 파악을 하고 있다. 특히 차량방화가 많은 대구동부경찰서는 방화범 신고자에게 포상금 500만원을 주기로 했다. 동부서는 또 동구청이 쓰레기 투기 방지를 위해 설치한 폐쇄회로TV 등을 검색하고 있다. 경찰은 보험금을 노린 자차 방화, 정신질환자 소행, 모방 방화 가능성 등을 수사하고 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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