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ly?] 어르신들, 잠 없는 게 아니라 잠 못 드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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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Q ‘나이 들어서 더 부지런해졌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젊을 때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었는데 중년 이후 늦잠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정말 세월과 함께 수면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노화의 결과인가?

A 할아버지·할머니가 새벽에 일어나 집안을 청소하고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흔히 본다. 노부모에게 모닝콜을 부탁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젊은 사람보다 노인은 잠이 덜 필요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나 적정 수면시간은 나이를 먹는다고 줄어들지 않는다. 어느 연령대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선 하루 7.5∼8시간가량의 수면이 필요하다.

실제 수면 시간은 나이가 들수록 짧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수면(Sleep)』지(2004년 27권)에 따르면 20세 때는 하룻밤 평균 7.5시간 잠을 잔다. 하지만 40세에선 7시간, 60세 6.2시간, 70세 6시간, 80세 5.8시간 등 나이가 들수록 수면시간이 감소한다.

세월과 함께 수면의 질도 떨어진다. 노인의 잠은 대부분 옅고, 밤에 자주 깬다.

전체 수면 시간에서 깊은 수면(3, 4단계 수면)이 차지하는 비율이 60세 때는 10%(80세 7.5%)에 그친다. 20세(20%) 때의 절반이다. 반면 잠이 드는 데 걸리는 시간(입면시간)은 길어진다. 수면 중 각성시간(잠이 든 후 깨어 있는 시간)도 20세 때는 18분이지만 60세 때엔 44분으로 늘어난다.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 중 실제 잔 시간의 비율인 수면효율도 저하된다. 60세의 수면효율은 84%로 20세(95%)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 ‘잔 것 같지 않다’고 호소하는 노인이 많은 것은 수면의 양과 질이 떨어져서다.

질환도 수면장애를 일으킨다. 당뇨병·고혈압·심장병·전립선 비대증 등을 앓고 있는 노인에게 많으며, 이런 건강 문제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상대적으로 할아버지보다 할머니가 더 깊은 잠을 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사는 데 기여한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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