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온난화 농업에 타격…시스템공학연구소 예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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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산화탄소 증가로 생기는 지구 온난화가 한반도에 미치게 될 영향이 분석돼 주목을 끌고 있다.

시스템공학연구소 오성남 (吳成男) 박사팀은 최근 한국과학재단 주최 학연산 (學硏産) 연구교류회에서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현재의 두 배 수준일 때 일어나는 기후변화 양상을 예측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와 같은 추세로 증가할 경우 한반도의 연 평균기온은 섭씨 1.5~2.5도 높아진다.

그러나 기온 상승에도 불구하고 강수량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한반도의 기후 예측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기상연구소의 기후변화 예측모델을 사용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 예측모델에서는 매년 약 1%씩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꾸준히 늘어 2050~2060년엔 6백PPM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0년 기준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약 3백30PPM.PPM은 농도단위로 이 경우 1PPM이란 공기입자 1백만 개 가운데 이산화탄소 입자가 한 개라는 뜻이다.

이번 연구결과 전체 강수량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강수 형태는 재앙에 가까울 정도로 급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6~7월에 걸쳐 있는 장마가 9월로 이동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벼 이삭이 햇빛을 한참 받아 한창 익어야 할 시기에 장마가 집중된다는 것이다.

또 토양내 수분이 축적되는 시기도 늦봄~초여름서 가을~겨울로 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봄에 종자를 뿌릴 경우 발아율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수량은 큰 변화가 없지만 증발량은 급속히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때문에 수자원 고갈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吳박사는 "2~3개의 다른 기후변화 예측모델을 이용할 경우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산화탄소가 지금 추세대로 증가한다면 농업 측면에서 일단 큰 손실이 우려되므로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한다" 고 말했다.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영향은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기상학계의 정설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 한반도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적지않은 악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로 증가할 경우 지구 수면은 적어도 30㎝ 이상 증가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그러나 한반도 주변, 특히 서해안의 경우 조석간만의 차가 크고 중국쪽으로부터 황해에 토사가 계속 밀려드는등 복합적인 이유로 해수면이 최고 1m 안팎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이런 장기적인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국내 산업계등은 당장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할 경우 타격이 적지 않다.

따라서 장단기적인 영향을 면밀히 분석, 적정선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학계의 지적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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