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상임위서 싸움났는데 왜 국회 전체가 마비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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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당과 정파를 초월한 국회의원 40여 명이 모여 국회 개혁을 논의했다. 한나라당 소장파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민본 21’(공동간사 김성식·주광덕 의원)이 8일 연 ‘국회 개혁을 위한 집중 토론회’에서다.

토론회에는 한나라당의 정몽준 최고위원, 안상수·황우여 의원과 민주당의 박상천·김부겸·정장선 의원,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등이 참석했다. 민본 21은 이날 ▶1월과 8월을 제외한 모든 달에 임시국회를 열고 ▶법안 발의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도록 하고 ▶여야 이견이 심한 법안은 법안조정위원회에서 논의하도록 해 극한 대결을 막는 개혁안을 제시했다. <표 참조>

발제를 맡은 한나라당 권영진(서울 노원을) 의원은 “파행, 날치기, 몸싸움 때문에 국회가 사회적 갈등의 조정자가 아닌 갈등의 진원지가 돼버렸다”며 “18대 국회는 싸움은 말리고 일은 하게 하자”고 말했다. 그는 “현행 제도에서는 법안이 발의되면 본회의에 상정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 곳곳에 파행이 발생할 수 있다”며 법안자동상정제와 법안조정절차제 도입을 주장했다. 권 의원은 또 법안자동상정제를 도입하는 대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은 없애자고 제안했다.


박상천(고흥-보성) 의원도 “몸으로 싸우는 것보다 입으로 싸우는 게 낫다”며 “법안조정 제도를 도입해 여야 간 협상에 부치면 지금처럼 상정을 못하는 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조정제는 일정 수의 의원이 의결하면 여야협의체에서 쟁점 법안에 대한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는 “법안조정제는 소를 물가까지 끌고 가는 제도”라며 “소에게 물을 먹이는 것은 여야 간 협상력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참석한 의원들은 의정 활동을 하며 느꼈던 소회도 털어놨다.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인 정장선(평택을) 의원은 “상임위에서 진지하게 토의할 시간도 주지 않고 지도부가 ‘해라 마라’ 당론으로 선을 긋는 게 너무 많다”며 “한 상임위에서 싸움이 나면 모든 상임위 운영이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이정현(비례대표) 의원도 “10년 야당을 하면서 예결위 상설화 등을 국민 앞에 약속했는데 (여당이 돼) 입장이 바뀌니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자성했다.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원인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우리 자문위가 6개월이나 활동했는데도 국회가 바뀌지 않는 이유는 절름발이 토론회였기 때문”이라며 “여야 국회의원들이 같이 고민하고 용기를 내지 않는 한 절대 개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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