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중국적 허용, 더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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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우수한 외국 인재에 대해 제한적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방안이 마련되는 모양이다. 정부는 26일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히고 올 상반기 중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이번에 마련 중인 법안은 이중국적을 전면적으로 허용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일정한 자격을 갖춘 외국 국적자에 한해 한국 국적을 복수로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이 외국 국적을 마음대로 가질 수 있게 한다는 뜻은 아니다. 법무부의 설명대로 ‘그동안 유지했던 엄격한 단일 국적주의를 완화한다’는 의미가 크다.

우리는 이미 이중국적 문제에 대해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 우수 인재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허용을 검토하라고 주문했었다. 인종적으로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우수한 인재가 국적문제 때문에 한국인으로 국내외에서 활동하지 못한다면 국익의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예체능 분야나 과학기술 분야의 세계적인 인재들은 이미 국경의 제한을 넘어서 세계 무대에서 뛰고 있다. 이들이 한국인으로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게 하려면 단일 국적주의의 족쇄를 마땅히 풀어줘야 한다. 불가피하게 이중국적을 가진 한국인이나, 국내에서 일하고 싶은 외국인에게 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만 취득하라고 강요해서는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거나 붙잡아둘 수 없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 잡은 이중국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이중국적을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삼거나, 한국인으로서의 의무는 피하고 필요에 따라 편의적으로 외국인 행세를 하는 얌체족들에 대한 거부감이다. 오죽하면 외국 국적 취득을 위한 원정 출산이라는 해괴한 편법까지 등장했겠는가. 정부도 이 같은 부작용을 우려해 우선 불가피한 이중국적자와 외국 국적을 가진 인재에 한해 극히 제한적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중국적 문제를 다루면서 ‘구더기 무서워 아예 장을 못 담그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중국적의 부작용과 폐해는 이중국적자가 국내에서 외국 국적을 일절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병역상의 특혜를 누릴 수 없도록 하는 보완책을 마련하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또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이중국적의 허용과 관리를 투명하게 운영한다면 국민들의 거부감도 상당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재외동포가 700만 명에 이르고, 국내에도 외국인 취업과 다문화 가정이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이중국적 허용은 불가피한 선택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