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막장 드라마 흥행 불변의 법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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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대한민국 드라마는 ‘막장 코드’ 없이는 흥행이 불가능한 것일까. KBS 일일극 ‘집으로 가는 길’을 누르며 연일 활짝 웃고 있는 MBC 일일극 ‘사랑해 울지마’는 이런 불명예스러운 ‘흥행의 법칙’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사랑해 울지마’는 24일 전국시청률 18.8%를 기록했다(TNS미디어코리아). 수도권 성적은 20.3%로 더 좋다. MBC 일일극이 경쟁사를 누른 건 2005년 ‘굳세어라 금순아’ 이후 4년 만이다. MBC는 한때 ‘일일극 왕국’으로 군림했으나 최근 몇 년간 ‘아현동 마님’을 빼고 20%를 넘는 히트작이 없어 침체된 분위기였다.

‘사랑해 울지마’가 처음부터 잘나갔던 건 아니다. 방영 초반 등장인물들 간의 가족애를 잔잔하게 그려 ‘무공해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시청률은 10%가 채 안됐다. 그러던 이 드라마가 두 자릿수 시청률을 넘보게 된 가장 큰 계기는 혼전 임신, 출생의 비밀, 4각관계 등 소위 ‘막장(드라마) 코드’가 마구 더해지면서다. 최근에는 영민(이정진)을 친자식처럼 키웠던 영민의 고모(김미경)가 벌인 자살소동이 더해졌다. 자신의 남편이 영민의 연인인 미수(이유리)의 이모이자 생모인 신자(김미숙)와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은 것. 이모로 알고 큰 사람이 친엄마였다는 설정으로 지난 달 한 차례 뜨악함을 느꼈던 시청자들은, 예비사돈끼리의 불륜으로 두 남녀 주인공의 결혼이 방해를 받고 자살소동까지 벌어지는 황당한 설정을 또 경험하게 됐다. 불황기의 특징이라는 ‘막장 코드’는 이같은 성공사례의 잇따른 탄생에 탄력받아 상당기간 위력을 떨칠 전망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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