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개 키워드로 읽는 과학책’ ① 기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41면

갈릴레이 망원경 발명 400년, 다윈 탄생 200년. 과학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남다른 2009년입니다. 근대 과학혁명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습니다. 중앙일보와 ‘문지문화원 사이’는 과학 교양의 대중화를 위해 ‘10개 키워드로 읽는 과학책’ 시리즈를 매달 연재합니다. 편집자

녹고 있는 툰드라 아래 대재앙의 뇌관이 …
죽은 채 얼어있던 유기물
땅 녹으면서 분해 시작해
손쓸 수 없이 지구 더워져

진정한 악몽은 ‘동토(凍土)’에 있다. 북구의 얼어붙은 땅이 풀릴 때, 그 동토 속에 수 만년간 안치된 식물의 ‘시체’들이 이산화탄소(CO2) 배출의 포문을 연다. 죽은 식물들에게 ‘교토 의정서’를 강요할 순 없지 않은가.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추세로 산업 활동을 계속할 때 금세기 말 지구의 평균 기온은 2~6도 정도 상승한다. 그러나 이 예측이 근거로 삼는 기후변화 모델엔 결정적 허점이 있다. 대기와 해양의 반응은 고려하고 있지만, 생태계의 반응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북극 주변의 툰드라와 북구 이탄 습지에도 식물들은 수 만년간 생명을 이어왔다. 기온이 낮기 때문에 이 식물들은 죽어도 분해되지 않았다. 죽어도 죽지 않고 그대로 쌓인 엄청난 유기물. 이렇게 썩지 않고 축적된 유기물 속의 탄소량은 최소 455기가 t에 달한다. 현재 대기 속 이산화탄소의 총량은 750기가 t이니, 이의 최소 60%에 해당한다. 이 유기물들이 동토가 녹아내리면 분해되기 시작해 ‘온난화의 화약고’를 터뜨린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 가까이 불어날 수도 있다. 지구의 온도는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간다.

이는 단순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연구 결과 이탄(泥炭)습지에는 낮은 온도와 높은 수분 때문에 페놀릭이라 부르는 물질이 축적돼 있다. 이 물질은 유기물이 분해되지 않게 보존하는 기능을 한다. 만일 기후변화로 온도·수분에 변화가 생겨 분해가 빠르게 진행되면 결국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이것은 습지 식물과 토양의 미생물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이는 메탄이라는 다른 강력한 온난화 기체를 발생시키고 하천에 존재하는 탄소량도 증가시킨다.

북극의 거대 빙해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해마다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북극 빙해가 녹색 선으로 그려진 넓이만큼 육지와 거의 붙어 있었으나 2005년 9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인공위성이 촬영한 결과 얼음 부분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연합뉴스]

온난화의 위협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흔히 바다 위 둥둥 뜬 빙하 위에서 곤경에 처한 북극곰의 모습이 등장한다. 얼음 위에서 짝짓기·사냥·번식 등을 해결해 온 동물들의 ‘온난화 재앙’이다.

하지만 북극곰에 대한 ‘감정 이입’으로 환기하는 온난화 위협은 저널리즘적인 관심에 그칠 뿐이라는 비판도 있다. 예컨대 1960년대 이후 북극곰의 개체수는 실제로 두 배가량 늘어 지금은 2만5000마리나 된다고 한다. 이런 판국에 온난화가 이들에게 무슨 위협이냐는 주장이다. 물론 여기엔 논리적 오류가 있다. 같은 시기에 인간의 개체수도 엄청나게 늘었다. 이렇게 인구가 증가하는 판에 지구 온난화가 인간에게 무슨 위협이었겠느냐는 논리와도 같다.

지구온난화는 여러 과학적 수치로 나타난다. 그 과학적 숫자들은 서로 일치하지 않는 점도 많다. 그래서 지구 온난화의 과학적 근거를 의심하는 ‘배짱 좋은’ 반론들이 더러 등장한다. 하지만 ▶평균기온 상승 ▶강수량 변화 ▶빙하 면적의 감소 ▶해수면의 상승 등 온난화의 결과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논란은 지구의 기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생긴다.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한 여러가지 수학적 모델들이 온난화의 미래를 예측한다. 수치는 당연히 다소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명백한 사실이 있다. 산업화의 결과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는 것은 단순히 그 증가분 만큼만 지구의 온도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지뢰의 뇌관이 돼 온난화 연쇄 폭발을 일으킨다. 그때 인류의 생존은 보장되기 어렵다.

강호정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 공학부 교수

‘소 방귀세’ 도입, 웃을 일 아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이산화탄소를 지목하지만 ▶메탄 ▶염화불화탄소 ▶아산화질소 ▶수증기 등도 강력한 ‘종범’들이다.

물론 이산화탄소의 ‘죄질’이 가장 나쁘다. 온실기체의 80%에 해당한다. ▶전기 사용 ▶산림 파괴 ▶산업 활동 등을 통해 배출돼 대기 중에 쌓인다.

하지만 메탄도 만만찮다. 양으로 따지면 이산화탄소의 20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온실 효과는 20배가 넘는다. 메탄은 소나 양과 같은 반추동물 때문에 생기는 분량만 전체의 24%다. 소 트림이나 방귀를 통해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소나 양이 식물을 먹으면 장 속의 혐기성 세균이 분해를 돕는데 그 과정에서 메탄이 발생한다.

반추동물에 의한 온실기체 방출을 막기 위해 갖가지 방법이 등장한다. 에스토니아는 올해 소방귀세를 도입했다. 덴마크는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사료에 마늘을 섞어 먹이면 소트림이나 방귀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의 한 회사는 마늘을 사료 첨가제로 상품화했다. 마늘 속 알리신 성분이 세균이 메탄을 방출하는 것을 막는단다. 우습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소 한 마리가 내 놓는 온실기체의 양은 하루 100~500리터. 어떤 경우든 차 한 대가 하루에 내 놓는 온실기체의 양과 맞먹는다.

전 세계에 15억 마리의 소가 있다. 식탁에 오르는 쇠고기 생산량만도 3억t. 50년 전에 비해 4배가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동안 인구가 두 배가량 늘어난 것을 감안해도,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두 배가 됐다. 소방귀 세금보다 ‘소고기 매니어’에 ‘회식비’를 거두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주일우 ‘문지문화원 사이’ 기획실장


3월의 과학 키워드 ‘기후’에 대해 필자 강호정 교수가 직접 강연을 합니다. 강연은 28일(토) 오후 5시 서울 마포구 동교동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열립니다. 홈페이지(www.saii.or.kr)에서 신청을 하시면 무료로 참가하실 수 있습니다. 학생을 동반하시는 경우에 부모님과 학생 모두 참가신청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착순 마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