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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코리아]7.금호·한국 타이어…선의의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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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프랑크푸르트.리용 = 특별취재팀]겨울이면 스키의 도시로 탈바꿈하는 프랑스 동남부의 산악도시 발디제르 (Val Disere) .해발 3천여나 되는 알프스산맥 산악고원지대인 이곳에서는 매년 한차례 전세계 유명 자동차업체들이 참가하는 4륜구동 전시회가 열린다.

지난8월 마련된 전시회에선 세계 각국의 자동차가 선보인 가운데 '한국타이어' 표시가 선명한 타이어를 장착한 지프형 차량도 눈에 띄었다.

이 차량이 한국타이어 부스로 되돌아오자 차안에 있던 시승자들은 "급경사에서도 미끄러짐을 거의 느낄수 없었다" 며 한국타이어의 품질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30여㎞ 떨어진 디첸바흐 (Dietzenbach)에 위치한 금호타이어 물류창고. 2천여평의 이 창고 입구에서는 막 도착한 컨테이너에서 타이어를 내리는 하역작업이 한창이다.

다른쪽 출구에서는 5백여 거래처에서 들어온 주문에 따라 타이어를 트럭에 나눠 싣느라 분주하다.

이곳에서 2년째 근무한다는 창고관리인 베르켈 요셉 (45) 씨는 "작업물량이 점점 늘어나는데 직원은 4명밖에 없어 일손이 모자란다" 며 때마침 방문한 금호타이어 한국인 직원에게 사람을 늘려달라고 하소연했다.

이곳을 비롯해 유럽 웬만한 지역에서는 국내 타이어업계의 쌍두마차인 금호타이어와 한국타이어를 모르는 이들이 별로 없다.

고속도로와 주요 간선도로변에서는 미쉐린.브리지스톤.굿이어등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함께 서 있는 국산 타이어의 광고판을 손쉽게 찾아볼수 있다.

중동과 아시아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中東지역 시장점유 1위 금호타이어는 작년 한해동안 1백50여개국에 7억2천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한국타이어의 작년 수출은 6억2천만달러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중동지역에서만 1억달러어치를 팔아 이 지역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트럭등 상용차용 타이어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승용차용 제품을 수출한다.

금호와 한국이 세계타이어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각각 10위와 11위. 우리나라 전체로는 미국.일본.중국.프랑스에 이어 세계 5대 타이어생산국이다.

두 회사가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것은 70년대부터. 생산규모는 계속 늘어나지만 국내시장은 한정돼 있어 수출에서 활로를 찾으려 했던 것. 국산타이어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는데는 금호와 한국의 한치 양보도 없는 치열한 경쟁이 밑거름이 됐다고 양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금호타이어의 김진민 (金鎭民)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사장은 "양사의 신제품 개발경쟁을 통해 국산 타이어의 품질이 세계적 수준으로 높아졌다" 고 말했다.

90년대초 금호가 '파워레이서' 를 개발하자 한국은 '블랙버드' 를 내놓았고, 한국이 겨울용 '노르딕' 을 선보이자 금호는 '아이젠Ⅱ' 로 맞섰다.

프랑스 리용에 위치한 한국타이어의 심창용 (沈昌用) 법인장은 "서로 판매망을 늘리려 경쟁하다 보니 일찌감치 해외진출을 하게 됐다" 고 말한다.

中國 현지공장 잇단 투자 최근에는 13억 인구의 중국 시장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보급이 확산되며 타이어 수요도 덩달아 크게 늘고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지공장 투자가 많다.

금호타이어는 작년말 난징 (南京)에 1억2천만달러 투자규모의 공장을 준공했다.

최근에는 창췬 (長春) 타이어를 인수해 현재 연간 75만개인 생산능력을 2000년까지 3백만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국타이어도 95년과 96년 자싱 (嘉興) 과 화이인 (淮陰)에 각각 1백억원과 1백80억원을 들여 합작회사를 만들어 승용차용 타이어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이같은 해외투자등을 통해 2005년에 세계 5위권 회사에 진입한다는 '2005년 글로벌 빅5' 란 목표를 각각 세워놓고 있다.

이를위해 해외마케팅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브랜드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광고전략을 올해부터 크게 수정했다.

그동안 실시해온 유통업자 중심의 소극적 마케팅에서 벗어나 TV광고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기업이미지를 심겠다는 계획이다.

금호는 유럽등 선진 시장에서 기술력이 뛰어난 타이어메이커를 인수하거나 자본참여해 현지 생산 거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또 영국에 R&D (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해 현지에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현지 인력확보에 나서고 있다.

두 회사는 또 세계적 브랜드의 자동차메이커에 신차용타이어 납품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GM.포드를 노크하고 있으며, 금호타이어는 폭스바겐.피아트등과 접촉을 벌이고 있다.

유명 車메이커 납품 추진 이는 교환용 제품 위주의 현 수출구조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외국 유명 자동차에 타이어를 장착할 경우 품질을 인정받을 수 있고 소비자에 대한 광고효과도 크다.

그러나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복병은 동구권과 중국.동남아지역 후발업체들의 공세. 금호타이어 프랑크푸르트지사의 김광호 (金光鎬) 부장은 "최근 동구권 업체들이 생산한 중저가 제품이 유럽시장에 대거 수입돼 한국 업체들과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 말했다.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품질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중급' 정도로 분류되는 것도 문제다.

프랑스 리용에서 자동차용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제임스 당뚜와 (33) 씨는 "한국산 타이어의 품질은 우수한데도 광고나 홍보가 부족해 제품 인지도가 낮다" 고 말했다.

한국과 금호 양사 관계자들은 이에대해 "국산타이어의 품질은 미쉐린을 기준 (100) 으로 할때 가격은 75정도면서도 품질은 90정도의 높은 수준을 갖추고 있다" 며 "동구권등의 저가상품에 밀리지는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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