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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국당 '3인 선거대책위원장' 의미…지역·계파 삼각분담 체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신한국당은 14일 오랜만에 웃는 모습이었다.

오전 당총재실에서 이회창 (李會昌) 총재와 이한동 (李漢東) 대표, 김윤환 (金潤煥).박찬종 (朴燦鍾).김덕룡 (金德龍) 선대위원장등 대선수뇌부 5인이 한자리에 모여 손을 잡은 것이다.

…이날은 국회법사위의 대검국감에서 당의 전사 (戰士) 들이 국민회의측과 DJ비자금문제를 놓고 치열한 일전 (一戰) 을 벌이던 날. 5인 수뇌부는 최근 당이 마주하고 있는 건곤일척 (乾坤一擲) 의 분위기를 의식한듯 한결같이 단합과 대선승리를 노래했다.

李총재.李대표와 배석한 강삼재 (姜三載) 사무총장.신경식 (辛卿植) 총재비서실장등은 3인의 선대위원장들에게 "어려울 때 맡아줘 감사하다" 고 인사했고 3인은 "대선승리 노력" 으로 화답했다.

원탁의 가운데에 앉은 李총재는 "그동안 당이 선대위발족 준비를 많이 했는데 중핵 (中核) 인 의장단이 오늘 구성돼 참 기쁘다" 고 미소지었다.

李대표는 "9월30일 전당대회이후 당이 단합과 안정을 찾는 노력을 쭉 해왔는데 세 분을 선대위원장으로 모시게 돼 더욱 더 안정된 토대위에서 모든 일이 잘 풀릴 것같다" 고 인사했다.

김윤환위원장은 "당이 이렇게 힘을 모아 단결된 의식을 갖고 나가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역설했다.

朴위원장은 자신에게 쏠린 언론의 시선을 의식해 "李총재가 내가 수락하지 않으면 선대위를 발족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는 유머로 좌중의 분위기를 풀었다.

…금주중 출범하는 선대위의 3인 공동위원장체제는 집권당 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여당의 복잡한 사정을 투영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하기에 따라선 '환상의 트리오' 가 될 수도 있다.

사실 여당은 선대위 발족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허비했다.

전당대회후 2주일이 지났다.

朴고문이 위원장직을 사양했기 때문이다.

한때 朴고문은 당을 떠난 이인제 (李仁濟) 전경기지사쪽으로 가는 듯했다.

그러나 朴고문이 전격적으로 공동위원장직을 수락했다.

李대표와 김윤환고문의 집요한 설득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부산출신의원들도 대거 동원됐다는 얘기다.

어찌됐든 朴고문의 위원장직 수락은 비주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같다.

3인체제는 역할분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들 스스로가 당내계파를 대표한다.

김윤환고문이 민정계, 김덕룡의원이 민주계를 맡는 것은 당연하다.

朴고문도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영입파의 대표격이다.

3인체제는 지역적으로도 분할이 가능하다.

김윤환고문은 대구.경북지역을, 朴고문은 부산.경남과 수도권을, 김덕룡의원은 호남과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

뿐만 아니다.

계층별 담당도 가능하다.

김윤환고문은 관.재계및 구여권을 담당할 수 있다.

朴고문은 야당쪽과 얘기가 통한다.

김덕룡의원은 재야쪽에 발이 넓다.

더불어 3인은 각자의 특기가 있다.

김윤환고문은 자금동원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덕룡의원은 조직의 귀재로 통한다.

朴고문은 '선거바람' 의 명수다.

이렇게만 보면 3인은 '환상의 트리오' 라 할 수 있다.

이한동대표까지 얹으면 금상첨화 (錦上添花) 다.

관건은 서로의 호흡과 조화다.

아직은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얼마나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만큼 이질적인 3인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의 능력발휘 여부는 이회창총재의 몫이라 할 수 있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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