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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때 성적 뒤집은 두 명의 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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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에서 성적 역전은 가능할까. 중앙일보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는 학부모와 학생 상당수는 “단기간에 주요 과목 성적을 향상시키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이수림(18·부산서여고 2)양과 신동윤(18·안양외고2)군의 사례는 이런 부정적 의견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두 학생 모두 지난해 9월 수능 모의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까’ 실의에 빠지기도 했다. 절망한 기간은 잠시였다. 이들은 3개월 만에 성적을 놀라울 정도로 끌어올렸다.

두달만에 놀라운 성과=이양의 지난해 9월 모의고사 과학탐구영역 점수는 18점(7등급). 그는 “중학교 때도 과학을 공부한 적이 없다. 공부를 한다 해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설렁설렁 넘어간 과학은 이양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중학교 때 모르고 지나쳤던 내용이 더 심화됐을 뿐 거의 그대로 나와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모의고사가 끝난 뒤 이양은 과학참고서 7권을 모았다. 우선 교과서의 기본 개념이 많이 나와 있는 참고서부터 잡았다. 기본 참고서로 공부하다 모르는 게 있으면 다른 참고서에서 찾아 내용을 옮겨 적었다. 이런 방식으로 한 권의 참고서를 떼면 다른 참고서로 옮겨가 같은 방식으로 익혔다. 이러다 보니 7권째 참고서엔 필기한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내용을 완벽하게 파악하게 됐다. 이양은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받아썼다”며 “옮겨쓰다 보니 이해가 안 되는 건 외워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본 개념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자 참고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3~4권 풀었다. 그러고 나니 교과서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는 “개념에 대한 원인과 결과가 두 단원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런 연결 관계를 알고 나니 문제를 풀 때 한결 쉬웠다”고 덧붙였다. 두 달 만에 나타난 결과는 놀라웠다. 과학탐구에서 71점(2등급)을 기록한 것. 이양은 이 방법을 다른 과목에도 적용해 1학년을 마칠 때 대부분의 과목에서 등급이 크게 올랐다.

18종 교과서 작품 섭렵=신군은 지난해 9월 모의고사에서 언어영역 62점(4등급)을 받았다. 그는 “수학과 외국어는 1등급으로 안정권이었는데 언어가 유독 문제였다”고 말했다. 모의고사가 끝난 뒤 중간고사에서는 언어 8등급을 받았다. 신군은 그 원인을 스스로 파악했다. 기본적인 개념 정리는 무시한 채 문제풀이만 한 게 원인이었던 것이다. 또한 무작정 지문만 읽다 보니 늘 시간 부족을 느꼈다.

신군은 “정확한 개념을 잡는 데 시간을 투자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며 “18종 문학교과서의 작품을 섭렵해 기본기부터 다시 다졌다”고 말했다. 또한 취약 부분인 시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먼저 나름대로 해석해 본 뒤 참고서 등의 해석과 비교했다.

문제 푸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풀이 순서를 정하는 연습도 했다. 본문 이해가 필요 없는 문제는 먼저 풀고, 필요한 문제는 나중에 풀었다. 예컨대 표현법을 묻는 경우 본문 이해가 필요없으므로 먼저 풀어 시간을 절약했다.

이런 과정이 끝난 다음엔 매일 야간자율학습 시간을 활용해 모의고사 언어영역 문제를 집중적으로 풀었다. 틀린 부분은 그냥 넘어가지 않고 많이 틀리는 부분과 왜 틀렸는지를 분석했다. 이렇게 공부해 신군은 11월 모의고사에서 96점으로 1등급을 받았다. 언어 때문에 뒤처지던 반 등수도 올라 1등을 했다. 그는 “언어영역을 단시간에 올리려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며 “다른 친구도 나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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