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한국인 테러 용의자는 1990년생 알카에다 조직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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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예멘 폭발 사건으로 우리나라도 알카에다의 테러에서 안심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네 명의 희생자를 낸 예멘 시밤의 폭발 사건은 알카에다 조직원의 자살 폭탄 테러인 것으로 굳어지고 있다. 알카에다가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미국·유럽인 중심 테러에서 무차별 테러로 대상을 확대하면서 한국인들이 희생당했다는 분석이다.

◆“관련자 12명 체포 수사”=AFP통신은 17일 “테러 용의자의 이름은 ‘알리 모센 알아마드’로 1990년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태어났으며 알카에다 예멘지부 조직원”이라고 보도했다. 또 “테러 용의자는 폭탄을 터뜨리기 직전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함께 찍자고 제안을 했으며 긴장을 풀기 위해 각성 효과가 있는 ‘카트’ 잎을 씹었다”고 전했다.

앞서 예멘의 보안당국 관계자는 “1차 조사 결과 이 사건은 폭탄 벨트를 두른 테러범에 의해 발생했으며 이는 알카에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말했다. 예멘 경찰은 현재 이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12명을 체포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알카에다가 한국과 특별한 관계가 없는 만큼 치밀한 계획 아래 한국 관광객들을 목표로 정한 뒤 공격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중동 지역 위성TV방송인 알자지라 등 현지 언론들은 16일 “알카에다의 이번 테러는 주로 미국·유럽인 등을 겨냥한 기존 전략을 수정한 것”이라며 “무차별적인 테러를 통해 국제사회가 예멘에서 벌이는 대테러 전쟁에 대해 경고하고 자신들의 건재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알카에다 소탕작전에 보복”=예멘 언론들은 이번 테러 배경을 정부의 대대적인 알카에다 소탕작전으로 꼽았다. 현재 예멘 정부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지원을 받아 알카에다 무장 세력들과 곳곳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알카에다의 핵심 조직원인 알하르비 등 무장대원들이 검거됐다. 이번 테러는 이에 대한 보복의 성격도 짙다는 해석이다. 현재 예멘에선 알카에다와 관련된 수십여 건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또 최근 미국이 쿠바의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예멘인 100여 명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인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과 관련된 무장 세력이 테러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 알자지라는 “예멘이 아라비아반도에서 알카에다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예멘에 알카에다의 핵심 지도부가 새로 들어섰는데, 이번 사건과 무관치 않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무부는 16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직접 언급할 것은 없지만, 알카에다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좀 더 조사가 진행돼 자세한 상황이 밝혀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서정민 교수(본지 중동 전문위원)는 “이번 사건은 최근 알카에다의 사우디아라비아 지부가 예멘 지부에 통합된 직후 발생했다”며 “중동의 테러 집단들은 새로 출범하거나 조직 개편이 있을 때 자신들의 강경 노선을 외부 세계에 알리기 위해 종종 테러를 감행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테러는 예멘 정부에 불만을 갖고 있는 반미 세력들에 의해 주도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익재·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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