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해외연수 부작용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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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선진국의 교육시설과 수준.제도를 보려는 교원해외연수교육을 통해 도대체 뭘 봤는지 알 수 없습니다. " 부산 교원해외연수단 (20명) 으로 지난달 10박11일간 이탈리아.프랑스.스위스.그리스 4개국 학교를 방문했던 어느 교장이 털어놓은 소감이다.

"유럽의 초.중등학교 4곳을 둘러봤는데 컴퓨터와 교육용 TV가 있는 교실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만 우리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학급당 학생수 (유럽 보통 20명선)가 적은 정도였습니다." 국제화 시대를 맞아 교원들의 해외연수가 줄을 잇고 있으나 '내용도 부실하고 획일적이어서 아무런 효과가 없고 부작용만 더 많다' 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의 경우 해마다 8백~1천명을 20명 단위로 유럽.미국.일본같은 선진국에 보내고 있다.

경비는 항공료를 포함해 한명에 2백만~2백20만원선. 여행사 선택은 공개입찰로 결정한다.

특히 교원 해외연수는 교육목적이어서 스케줄에 '4개교이상의 학교방문' 을 반드시 넣도록 돼 있다.

그러나 선진국 학교들은 우리나라 전국의 시.도교육청은 물론 다른 나라들도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들자 이제는 "너무 귀찮다" 며 학교를 보여주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여행스케줄을 맡은 여행사는 학교 수준은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선택하거나 심지어 현지학교에 돈까지 줘가며 구걸방문을 시키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6일부터 17일까지 11박12일간 유럽 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등으로 중등교사 해외연수단 26명을 인솔하는 대구 S여행사 관계자도 "해외의 현지 여행사를 통해 견학할 학교를 겨우 찾았다" 고 말했다.

지난 6월 유럽연수를 다녀온 대구의 초등학교 한 교사는 "여행사측에서 현지학교와 제대로 교섭하지 못해 계획과는 달리 2개 학교만 보고 온데다 교육방침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수업참관은 아예 하지 못하고 학교 시설을 둘러보는데 그쳤다" 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부산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물론 많은 나라들이 유럽과 미주지역에 집중적으로 연수를 가는 탓에 그곳 학교들이 이제 지쳐있다" 며 "그래서 여행사들이 돈을 줘가며 억지로 학교방문을 허락받거나 수준이 낮은 학교도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교원해외연수를 맡았던 뉴부산관광의 김병기 (金炳基.37) 과장은 "현지 여행사에 의뢰해 방문학교를 정한다" 며 "돈을 주는 일은 없고 다만 방문학교에 선물을 준다" 고 해명했다.

부산.대구〓정용백.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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