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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요리] 귤 껍질 정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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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사람이든 음식이든 믿음직스러워야 해…. " 산뜻한 노란색 귤껍질정과를 식빵에 곁들여 먹으며 두 주부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눈다.

급할 땐 전화 한통화로 아이들 도시락도 맡길 수 있는 이웃사촌 김효순 (金孝順.44.서울노원구하계동건영APT). 이상영 (李商鍈.37.극동APT) 씨. 한국여성민우회의 생활협동조합지부를 통해 인연을 맺은 지 불과 2개월이지만 무공해농산물을 함께 사서 나눠 먹으며 쌓은 정과 믿음은 친동서간 못지 않다.

"우리 생협에서는 직거래를 하다보니 생산자들도 잘 알게 돼요. 그래서 가격이나 품질을 서로 속인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죠. 거래처인 제주도귤농장주인이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걸 안 이후로 귤껍질조차도 버리기 아깝더라구요. 말려서 차를 끓여먹어도 좋지만 즉석에서 살짝 데쳐 떫은 맛만 없애고 설탕에 조려봤죠. " 金씨는 이렇게 만든 무공해귤껍질정과를 마침 집에 놀러온 李씨에게 간식으로 내놓아 보았다.

"잼처럼 너무 달지 않으면서 씹히는 맛이 진짜 귤같다" 는 李씨의 칭찬에 힘입어 金씨는 지난달말 민우회가 주최한 '환경을 살리는 요리대회' 에 李씨와 함께 참가신청을 했다.

참가자격이 3인이상이라 고3.중3인 자신의 아이들 대신 李씨의 아이들도 데리고 갔는데 '재활용상' 까지 받아 체면도 한껏 세웠다고. 만드는 법은 아주 단순하지만 재료가 좋은데다 맛과 향이 뛰어났다는 심사평을 받았단다.

이동네 생협회원들은 7~8가구쯤 되는데, 소량으로 주문할 수 없는 과일등은 함께 사서 나누는 등 '여러 지붕 한가족' 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8년여 활동한 金씨는 그중에서도 고참. "쇼핑.외식등만 하는 소비적인 만남이 아니라 교육.소비자문제등에 대해 서로 진지한 의견을 나눌수 있는 사이라 더욱 좋다" 는 것이 李씨의 자랑이다.

"마시는 공기나 먹거리 뿐 아니라 사람들 마음에도 이런 공해없는 공동체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는 金씨와 李씨. 어찌 그것이 두 주부만의 바램일까.

만드는 법 ▶재료 = 귤껍질200, 설탕100, 물1/2컵, 꿀 약간▶조리법 = ①깨끗이 씻은 귤껍질을 곱게 채썰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낸다.

②냄비에 귤껍질과 설탕.물을 넣고 눋지 않게 중간불로 윤기나게 조린다.

③물기가 거의 졸아들면 꿀을 넣어 잘 섞어준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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