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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정치 찾기] 여의도로 번진 김문수 vs 김진표 ‘미산골프장 전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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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914년 6월 28일 사라예보에서 울린 총성이 1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거라고 예상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2004년 3월 12일 국회에서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불러온 불씨는 “민주당을 뽑는 건 결국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꼴”이라는 노 대통령의 말 한마디였습니다. 역사는 이처럼 우연이란 날줄과 필연이란 씨줄이 엮는 드라마입니다. ‘숨은 정치 찾기’는 역사를 만들어내는 작은 우연과 숨어 있는 불씨를 찾아보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지난 6일 민주당 국회의원 5명이 경기도청으로 달려갔다. 경기도의 김진표(수원 영통)·이석현(안양 동안갑)·백원우(시흥갑)·조정식(시흥을) 의원과 인천 출신인 송영길(인천 계양을) 의원이다. 도청 앞에선 천주교 단체가 주최한 ‘미산골프장 백지화 촉구 기도회’가 열리고 있었다. 김 의원은 인사말에서 “경기도가 환경 파괴가 우려된다는 지적을 무시하고 사업을 계속 추진한 이유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4월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미산골프장 문제를 부각, 중앙 정치무대에서 이슈화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경기도의 한 골프장이 여의도 정치를 뜨겁게 달굴 참이다. 왜 그럴까.

미산골프장은 개인 기업인 S사가 2002년 11월부터 경기도 안성시 미산3리 일대 109만1590㎡ 부지에 추진해온 사업이다. 그러나 천주교 미리내 성지와 불과 3㎞ 거리에 있다는 게 문제였다. 천주교인들은 골프장 허가를 담당한 안성시를 상대로 골프장 반대 운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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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지사가 부임한 뒤인 2007년 초 골프장 승인 신청이 경기도에 접수되면서 논란은 도 차원으로 확대됐다. 경기도는 안성시에 산림조사를 재지시하고, 한강유역환경청(2007년 5월 조건부 동의)이 지적한 보완 조치를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김 지사는 천주교 신자다. 하지만 상황은 반대론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공교롭게 8월 도 도시계획위원회에 안건이 올라간 뒤 골프장 부지에선 천연기념물이 발견됐다. 이동희 안성시장의 측근들이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일도 생겼다. 천주교 측은 11월 개신교와 불교, 20여 개 환경단체 등과 손잡고 ‘미산골프장 저지 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한데 다섯 번이나 결정을 미루던 도시계획위원회가 2009년 1월 16일 조건부 승인을 내줬다. 김 지사의 설명은 이랬다. “만약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불허해도 요건을 제대로 갖춘 만큼 사업자가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질 수밖에 없다. 어떤 선택을 해도 양쪽의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내가 십자가를 지고 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민대책위가 산림조사가 잘못됐다는 증거를 들고 나오자 경기도는 지난달 27일 현장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안성시가 잘못된 서류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일 승인은 취소됐다. 김 지사는 실·국장회의에서 “뒤늦게라도 바로잡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쯤에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경기도 차원에서만 대응하던 민주당이 “석연찮은 부분에 대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이석현 의원)고 치고 나왔다. “4·29 재·보선이 치러지는 시흥시장과 인천 부평을 국회의원 선거와 맞물려 나쁠 게 없다”(재선의원)는 정치적 판단도 작용했다. 이런 흐름에 당 최고위원인 김진표 의원도 가세했다. 김 의원은 당내에서 차기 경기지사 후보군에 거론되고 있다. 그가 후보가 되고 김문수 지사가 재선에 도전한다면 맞대결을 해야 할 라이벌이 된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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